갤러리유피, 오하나 작가 '땅따먹기' 27일까지 전시
파이낸셜뉴스
2026.05.07 13:37
수정 : 2026.05.07 13: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산 북구 덕천동에 위치한 갤러리유피는 오는 27일까지 오하나(본명 김하늘) 작가의 '땅따먹기'를 전시한다.
오하나 작가와 갤러리유피의 인연은 지난해 성수에서 진행된 팝업 전시 'EPILOGOS'에서 시작됐다. 하나의 공간에 머무르기보다, 장소가 가진 흐름 안에서 작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온 시간이었다.
이번 '땅따먹기'는 단체전 이후 이어지는 첫 부산 개인전으로 지금까지 축적돼온 오하나 작업의 흐름과 서사를 보다 깊게 마주할 수 있는 자리다.
회화와 오브제, 콜라주와 설치를 넘나들며 확장돼온 작업들은 서로 다른 시간의 단면처럼 공간 안에 놓이며, 아직 완결되지 않은 감각의 상태를 드러낸다.
작가 오하나는 2002년생으로 계원예술대학교에서 공간연출을 전공했다.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특정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세워두는 오브제부터 평면 작업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을 확장해왔다.
작업의 영감은 여러 나라에 머물며 경험한 감정과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한 색감에서 비롯된다.
타지에서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시각 안으로 스며들어 하나의 작업 언어로 축적된다. 이는 의도적인 차용이라기보다 머무는 시간 속에서 형성된 감각의 결과에 가깝다.
작가에게 그림은 늘 곁에 존재해온 매체다. 창작은 특정한 계기 없이 지속되어 왔으며, 오히려 그리지 않는 상태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일상과 맞닿아 있다.
오하나는 매년 다양한 아트페어와 전시에 참여하며 작업을 선보여왔고, 경매 플랫폼 및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작업의 범위를 확장해오고 있다.
이는 하나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작업이 놓이는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준다.
작업은 특정 소재에 고정되기보다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 아트페어에서는 거북이를 주요 모티프로 한 작업을 선보여왔으며, 개인 작업이나 전시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회화를 주로 다룬다.
이러한 차이는 하나의 정체성을 고정하기보다, 작업이 놓이는 상황과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작업은 캔버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와 질감을 활용하여 화면을 구성하고, 때로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회화, 콜라주, 오브제는 분리되지 않고 서로 겹치며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완성된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목적을 두기보다, 축적되는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꽃무늬 껍질을 지닌 거북이와 무표정하게 보이는 인물들은, 과장된 색감과 납작한 시선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린다. 이때 인물의 무심한 듯한 표정과 눈동자는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작가가 가장 평온하고 기쁜 상태로 인식하는 감각에 가깝다. 이러한 표정은 오하나 작업의 반복되는 시각적 언어이자 하나의 시그니처로 작동한다.
전시 '땅따먹기'는 도착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도착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드러내는 자리다. 전시장에 놓인 작업들은 완결된 결과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를 드러낸다.
이 전시에서 '땅'은 점유의 대상이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땅따먹기'는 어떤 결과를 차지하는 행위가 아니라, 헤매고 지나온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며 형성되는 영역에 가깝다. 돌을 던져 경계를 긋는 놀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경계를 확정하지 못한 채 머물렀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따라서 이 전시는 하나의 완성된 영토를 보여주기보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상태의 영역들을 펼쳐 보인다. 화면과 공간에 놓인 작업들은 서로 연결되기보다 느슨하게 흩어져 있으며, 각각 다른 속도로 축적된 시간의 단면을 드러낸다.
여기서 '점령'은 선언이 아니라 축적이며, '완성'은 끝이 아니라 중첩의 과정으로 읽힌다. 회화와 콜라주, 이미지와 오브제는 하나의 형식으로 정리되지 않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의도된 연출이 아니라 작가가 지나온 방식 자체가 남긴 흔적에 가깝다.
결국 '땅따먹기'는 결과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과정이 어떻게 쌓이고 남는지를 드러내는 전시다. 이곳에서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완성된 장면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상태의 감각들이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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