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야구장 건설 공약, 구호에만 그쳐선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2026.05.10 06:43   수정 : 2026.05.10 09:59기사원문
송정규 전 롯데단장 "북항에 제대로 된 야구장 지어야"
'전천후 개폐식 돔구장' 1990년 책자로 주장한 장본인



[파이낸셜뉴스] "다소 직선적이면서 개방적인 성격을 지닌 부산사람들에게 있어 야구는 그날그날 기분을 좌우하는 '삶과 정서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표심을 잡기 위해 앞다퉈 내놓는 야구장 건설에 관한 공약들이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마냥 달갑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팬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담고, '야도(야구수도) 부산'을 제대로 알고 하는 구호인가 싶거든요."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는 가운데 부산시장을 뽑는 선거에 임하는 여야 후보들마다 야구장 신축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북항에 바다가 보이는 개폐식 돔구장을 건립해 스포츠·공연·전시·쇼핑이 결합된 복합시설로 만들자'에서부터 '지금의 사직야구장을 개방형 구장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또 다른 후보는 '사직야구장을 개폐형 돔으로 다시 짓자'는 공약까지 3인 3색으로 이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 속에 열혈 야구팬으로 거듭되는 패배에 열받아 1990년 10월 '필승 전략 롯데자이언츠 톱 시크릿(TOP SECRET)' 책자를 자비로 출판, 야구단 단장으로 전격 스카우트된 인물이 있다. 지금도 부산 '롯데야구 전설'로 회자되는 송정규 전 단장이다. 야구단 단장으로 발탁된 후 2년만에 우승을 이끌고,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초 2년 연속 100만명 관중 시대를 연 장본인이다.

30년도 훨씬 이전인 그 당시 벌써 뛰어난 혜안으로 집필한 이 책자 113페이지에는 '부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구도(球都)이다. 행정상의 수도는 서울일런지 모르겠으나 야구의 수도는 부산이라는 얘기다. 야구의 메카에 어울리는 스테이디엄이 되려면 수용인원 7만명, 배터리간 밝기 3500럭스, 그라운드 면적 1만5000㎡의 개폐식 지붕을 가진 야구장을 지어 날씨가 좋을 때에는 지붕을 열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지존이자 아직도 '롯데자이언츠 레전드'로 회자되는 송정규 1992년 우승 단장을 삼고초려 끝에 단독 인터뷰할 수 있는 어려운 기회를 가졌다. 다음은 송 전 단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10월 국내 모 방송국과 인터뷰한 라디오 동영상이 역주행해 지난달 22일 인터넷 실검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단장님 '직설'을 여전히 팬들이 좋아하고 인정해 정론은 언제라도 빛을 발함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최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거론되고 있는 야구장 건설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다.

▲ 서울의 경우 잠실야구장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돔구장을 짓는다. 인천 연고 'SSG 랜더스' 역시 오는 2028년 프로야구 개막일 완공을 목표로 청라 돔구장을 건설 중이다. 하지만 '야구의 수도'라는 부산은 지지부진하기 그지없다. 1990년 저술한 책에서도 거론됐듯이 정파와 후보들의 유불리를 떠나 북항재개발지역에 개폐형 돔구장 형태의 새로운 야구장이 건설돼야 한다는 소신을 굽힐 수 없다. 매우 시의성이 높고 많은 야구팬들이 궁금해 할 수 있으나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질문이다. 북항에 돔구장을 짓되 현재의 사직야구장은 철거하지 말고 대대적인 개보수를 통해 아마츄어 야구(고교, 대학, 실업야구)의 총본산으로 저변을 넓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프라 스트럭쳐(Infra Structure)로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최근 프로야구 관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앞다퉈 경기도 고양, 파주, 구리, 광명, 성남, 충남 천안아산, 충북 청주, 오송 등 몇몇 지방단치단체장들이 수용인원 4만, 5만명의 돔구장 겸 공연장도 짓고 프로야구단도 유치하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있다. 부산은 이런 면에서 오히려 소극적이고 시대의 흐름에서 퇴보하는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깝다.

▲ 정말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평소에는 시급히 개폐형 돔구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사석에서 열변을 토하던 여러 정치인들이 막상 부산시장이 되면 자기가 하던 주장을 식언하고 이를 외면해 온 것이 현실이다. 야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득표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선거 공약으로 언급했다가 막상 취임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우선 순위에서 제일 뒤로 밀어낸 결과가 부산 야구장 노후화 원인이다.

- 약 30여년 전부터 돔구장 예찬론자이셨는데, 너무 시대를 앞서 가시는 분이 아니셨는가 싶다.

▲글로벌 상선 선장에서 도선사까지 지내면서 20대초부터 선진국 문화와 문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열혈 야구팬으로 프로야구 본산인 미국과 일본에까지 가서 관련 책자나 자료들을 접하다 보니 방향성도 보였다. 야구장 건설은 최소 50여년 이상 활용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1912년 개장된 보스톤 레드삭스 펜웨이 피크가 세계 최초 프로야구 팀의 야구장으로 언급된다. 114년이 지나서 세상의 모든 여건이 변했는데도 과거의 야구장 형태와 유사한 개방형 야구장을 아직도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본다. 앞으로 야구 팬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보고 즐기려면 이제는 '개폐형 돔구장'으로 가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음을 정파를 떠나 모두 인정해야 한다. 약 100여년전만 해도 기후 여건이 비교적 좋았다. 흰구름이 둥실 떠가는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쾌적한 온도 이런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고 볼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의 부산은 어떤가. 중국에서 건너온 황사, 매연, 미세먼지 더해 거의 아열대로 변한 기후 탓에 수시로 퍼붓는 스콜성 폭우, 장마, 야구하기에 힘이 드는 거친 바람, 폭염, 혹한, 열대야 등 자연재해가 야구를 편하게 관전하기가 실제적으로 힘들게 됐다. 야구장 하나를 짓는다는 의미를 넘어 젊음과 도시 활력을 되찾고 경제 발전을 동반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야구장과 더불어 부가가치가 높은 복합적인 전시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케이팝(K-Pop), 쇼핑 등을 복합적으로 유치해서 클러스터화해야 한다. 나아가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부산의 심장처럼 작용할 기폭제로서의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항재개발지역에 최첨단 개폐형 돔구장을 신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날씨가 쾌적할 땐 돔을 열어 바로 바다 옆에서 야구를 하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지붕(Roof)를 닫고 야구를 하면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 최첨단으로 지어야지 어설프게 무늬만 돔구장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돔구장을 늘려가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의 사례는.

▲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현재 돔구장이 8개다. 여기에 새크라멘토 애슬레틱스 홈구장으로 쓰일 라스베이거스 돔구장이 2028년 오픈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9개팀이 돔구장을 선택하고 있다. 앞으로 신축될 구장들은 돔구장으로 가는 추세다. 일본프로야구(NPB)도 12개팀 가운데 절반 6개팀이 돔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2023년 기타 히로시마에 개장된 닛폰햄 파이터즈 홈구장인 '에스콘필드 홋카이도'는 개폐형 최신식 돔구장으로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프로야구(KBO)는 서울 잠실에 1개, 인천에 1개 돔구장을 건설 중이다. 열악한 시설의 고척 돔까지 합치면 폐쇄형 돔구장만 3개다. 전부 수도권에만 몰려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이 함께 나서 부산 북항에 제대로 된 개폐형 돔구장이 탄생할 날을 고대한다.

- 만일 부산에 돔구장을 짓는 것으로 방향이 결정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모델이 돼야 할까.

▲ 크게 닛폰햄 파이터즈 에스콘필드 홋카이도, 텍사스 레인저스 글로브 라이프 필드, 차후 이름이 라스베이거스 애슬레틱스 홈구장이 될 라스베이거스 돔구장 이 세곳을 벤치마킹했으면 한다. 외관은 가장 최신형으로 현재 선설 중인 매력 넘치는 라스베이거스 돔구장을 구장내 편의시설은 야구 본고장 미국색이 짙은 글로브 라이프 필드와 한국과 문화 및 정서가 유사한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를 참조해 업데이트시키고 한국야구 팬들의 기호와 정서에 맞는 시설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 역시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벤치마킹해 건설했기 때문에 실제론 에스콘 필드 홋카이도가 최고로 이상적인 모습을 갖고 있으나 외관은 일본의 전통가옥인 '갓쇼즈쿠리'를 모티브로 해서 건축했다. 부산에 지을 돔구장 외관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보기에 라스베이거스 신구장 외관을 디자인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덴마크의 비야르케 잉겔스 그룹(BIG)과 미국의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HNTB회사에 의뢰해 보다 어울리는 구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항에 신축되는 개폐형 돔구장인 만큼 국제크루즈터미널이 인근이 있고, 친수공간에 세워지는 마이스(MICE) 복합단지를 감안해 명실공히 부산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향후 수십년간 위용을 자랑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무난히 잘 지으려면 야구장 설계에 최고 권위인 파퓰러스(Populous)나 HKS가 설계를, 대형 개폐형 지붕은 월터 피 무어(Walter P. Moore)와 유니 시스템(Uni-System)에, 시공은 현대건설이나 일본 오오바야시 구미(大林組)에 맡기면 좋겠다. 야구에 별반 지식도 연구도 하지 않은 일부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무원, 세칭 야구 관련자가 중구난방으로 개입해 건축비만 낭비하고 졸작을 만들어내는 참사는 절대 안된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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