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23년→15년 감형 이유는…'계엄 못 막은 책임' 일부 무죄
뉴시스
2026.05.07 15:20
수정 : 2026.05.07 15:20기사원문
1심 유죄로 본 부작위 혐의, 이유 무죄 판단 위증 혐의도 일부 무죄 판단…해석 엇갈려 고법, '비상계엄=내란' 법적 판단은 재확인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벼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중형이 선고된 1심 징역 23년보다 8년 감형된 것이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이승철·조진구·김민아)는 7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 손상, 위증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1심이 한 전 총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은 것과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형법은 부작위범에 대해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행정부 2인자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국무회의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부작위 책임'을 인정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를 이행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이를 중지·취소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은 이 부분들을 상당수 뒤집었다.
재판부는 우선 특정 국무위원만 소집된 상황 관련 "법리상 별도의 부작위범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국무회의의 적법 외관을 만들려고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데 부작위에 관한 평가도 일부 반영됐단 취지다.
아울러 1심에선 이 전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행위에 별도의 부작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부작위범 부분은 특검팀이 기소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고불리 법리(법원은 기소 범위 내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파기했다.
위증 혐의가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점도 감형에 영향을 줬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 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받고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문건을 건네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의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두 번째 진술에 대해 1심과 2심 판단이 달랐다.
2심은 한 전 총리 발언 속 '문건'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한 전 총리가 이를 실제로 봤다고 확신하기 어려워 허위 진술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 부서를 받으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웠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한 전 총리의 구체적 행위 목적에 대한 해석은 달랐으나 1·2심 모두 한 전 총리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서도 적법한 국무회의 외관을 만들었단 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12·3 비상계엄=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은 유지됐다. 이는 내란전담재판부가 '계엄은 내란'이라고 판단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향해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의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고, 자신의 죄책을 감추기 위해 사후적인 범행들까지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의 2인자이며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합헌, 합법적으로 행사되도록 보좌하고 잘못된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응당 이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질타했다.
특히 한 전 총리가 1970년대 행정부 사무관으로 임명된 후 1980년경 있었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조치와 내란 상황을 경험하며 이 같은 사태가 야기하는 광범위한 피해와 혼란, 심각성과 중대성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폭동으로 국가조직의 기본제도를 파괴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직접 침해하는 범죄다. 그 성격과 중대성에 있어 어떠한 범죄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는 내란 사건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도 맡고 있어 '계엄=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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