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잠재력, K컬처 위상으로 확인"

파이낸셜뉴스       2026.05.07 18:19   수정 : 2026.05.07 18:19기사원문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앨범 사고 콘서트 보러 한국 방문
한국-원화에 대한 중력 만들어져
디지털 국토 확장 가능해진 지점
원화 기반 경제 생태계 구축 차원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강한 인프라

"전 세계 '아미(BTS 팬덤)'가 앨범과 굿즈를 사고,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결제의 글로벌 실사용 사례(유즈케이스)를 찾을 수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개최한 '2026 FIND·제27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강연한 뒤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제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결제 건수와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강력한 K컬처 팬덤이 형성한 한국-원화에 대한 중력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해외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국토의 확장이 가능해지는 지점"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물리적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공간에서 원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원화 기반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본은 빠르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데 한국은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 속에 '골든타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한계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발행이 아니라 유통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화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선점과 퍼스트 무버 효과

이 교수가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AI 에이전트(Agentic AI) 경제의 도래다. 이 교수는 "내년쯤이면 미국에서 AI 기반의 1인 창업 유니콘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글로벌 표준 레일에서 빗겨나 있다면 우리 AI 에이전트들은 글로벌 경제 생태계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글로벌 앱 지급·결제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용자가 일일이 결제 버튼을 누르는 시대가 끝났다는 판단이다. AI에이전트가 디지털 세상에서 스스로 정보를 비교하고 쇼핑몰, 앱과 동기화돼 결제를 수행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 때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는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에이전틱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즉각적이며, 자동화된 결제 체계가 필수적인데 전통적인 방식의 외환 송금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경제라는 새로운 공간 위에서 어떤 통화 기반의 코인이 먼저 올라 서느냐는 향후의 화폐 질서를 재편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면서 "블록체인이란 돈과 금융의 플랫폼화다. 먼저 올라가는 사업자나 국가가 '퍼스트 무버'로서 거대한 선점 효과를 누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보와 자본이 국경도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공간에서 표준화된 디지털 '결제 레일', 즉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결제 레일이 없는 통화는 단순한 사용자의 불편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공존

이 교수는 '유연한 설계'를 주문했다.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과 대립으로 이해하는 의견도 많다. 이 교수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기능적 결합은 물론 유기적인 공존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또 이를 위한 유연한 제도의 설계를 주문했다.

그는 "CBDC와 예금토큰은 규제 안에서 디지털 활용 사례를 커버하고 안전망을 제공하는데 유리하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은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결제가 활성화된 글로벌 표준에 접근하고, 비즈니스 스케일을 일으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세상의 표준이 스테이블코인화돼 가고 있는데 우리가 예금토큰 만을 고집한다면 글로벌 시장 접근성이 차단될 것"이라며 "발행 측면에서 CBDC와 예금토큰을 활용하고, 유통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되는 기존 은행권과의 갈등해 대해서는 '전략적인 유동성 비율 설계'를 제안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0만원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150만원 상당의 준비자산을 보유하도록 유동성 비율을 강화하면 민간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은행에 파트너십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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