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뜸이 돌아왔다… 몸 덥히고 기혈 순환 돕는 ‘왕뜸’에 빠진 MZ세대
파이낸셜뉴스
2026.05.07 18:42
수정 : 2026.05.07 18:42기사원문
쑥뜸은 한의학에서 오랜 기간 활용돼 온 대표적인 온열 자극 치료법이다. 한자로는 애구요법(艾灸療法)이라 하며 약쑥(艾葉)을 이용해 경혈 부위에 온열 자극을 전달함으로써 인체의 기혈 순환을 조절하고 장부 기능 회복을 돕는다.
이는 단순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민간요법이 아니라 한의학적 진단과 변증에 따라 적용되는 대표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최근 임상 현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MZ세대의 '왕뜸' 선호 현상이다. 과거 뜸 치료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와 함께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가 확산되며 젊은 층 사이에서도 쑥뜸 효능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복부의 넓은 부위를 동시에 다스리는 왕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인 뜸이 특정 경혈에 집중한다면 왕뜸은 복부의 중완, 신궐(배꼽), 관원 등 주요 경혈을 포함한 넓은 부위에 지속적이고 일정한 온열을 전달한다. 강화도 약쑥 등을 다량 사용해 발생하는 열감이 심부까지 깊숙이 전달되며 스트레스성 소화기 질환이나 수족냉증을 겪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속이 편안해지는 힐링 치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왕뜸은 복강 내 장기의 혈류량을 늘리고 정체된 독소로 여겨지는 '담적'이나 '어혈'을 풀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며 기력이 저하된 청년층이나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전신의 양기를 북돋우는 보양(補陽) 효과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여성 질환 분야에서도 왕뜸의 활용도는 높다. 쑥의 따뜻한 성질은 자궁과 골반 주변 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리통이나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다만 쑥뜸은 반드시 개인의 체질과 증상을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 열이 많은 체질이나 피부가 예민한 경우 과도한 뜸 치료는 오히려 피부 손상이나 열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직접구 방식은 화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진의 지도 아래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춰 연기와 냄새를 줄이고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자뜸이나 현대화된 왕뜸 기구들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현대의학이 질병의 구조적 원인과 수치를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한의학은 몸의 순환과 균형 회복에 주목한다. 쑥뜸, 특히 왕뜸은 이러한 한의학의 치료 철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치료법이다.
안덕근 자황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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