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북한의 核 '평행이론'

파이낸셜뉴스       2026.05.07 18:48   수정 : 2026.05.08 08:15기사원문



이란전쟁 와중에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됐던 한국 선박 1척이 폭발사고에 휘말리면서 당사국인 한국의 중동 군사작전 합류를 촉구하는 미국 측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방장관까지 나서 한국을 콕 집어서 호르무즈해협 내 군사작전 합류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대해 신중한 검토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중동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둬왔던 이재명 정부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미 동맹국들이 중동전쟁 개입을 여전히 꺼리는 와중에 한국이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자칫 군사작전에 합류했다가 발을 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한국까지 적대국으로 인식하게 되면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된 우리 선박들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미국에 협력하지 않은 동맹국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주독미군 5000명을 철수 명령하고,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 25% 인상을 예고하는 등 '뒤끝 끝판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약속한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과 관세협상 타결을 하루아침에 뒤집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달랠 수 있는 다른 방안이라도 모색해봐야 한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중재에 뛰어든다면 어떨까. 비공식 핵보유국이자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열린 중재협상과 별도로 평화적 핵 이용협상 중재를 해보자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북핵을 두고 오랜 중재 경험이 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에 대한 속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국가는 어쩌면 한국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막지 못한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트럼프 1기 때 미국과 북한의 중재에 나섰던 경험치가 쌓였다.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는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다. 우상화된 북한과 신격화된 이란은 모두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길 원한다. 그리고 보험 카드로 핵 보유 야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문제를 북한의 핵 보유 과정에서 배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스라엘은 북핵 사례를 들면서 이란의 핵 보유를 막아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북핵협상 장소를 국가별로 바꿔가면서 진행했다. 지난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에서, 2019년 2차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고 판문점은 주로 남북미 간 접촉과 협상 조율의 장으로 활용했다.

북핵협상에서 보듯 이란 핵협상도 몇달 만에 종결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정전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후속으로 이란의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추가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기간에 이란 핵문제가 지속될 수도 있다.

이란은 한국에 적대적이지도 않다. 한국은 이란에 최근 인도적 지원까지 했다. 미국과 핵협상에 나섰던 이란 외무장관은 한국에 먼저 전화를 걸어와 중동 상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란의 구세대들은 서울에 테헤란로가 있다는 것을 안다. 중동붐 시절 한국 근로자들이 이란에서 산업역군으로 활동한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이란과 한국의 오랜 인연은 무시하지 못한다. 만약 이란과 미국 간의 평화적 핵 이용협상이 테헤란로에서 열린다면 북한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주게 된다.
이란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도 함께 매듭짓길 원하는 미국에도 솔깃한 카드인 셈이다.

한국의 외교능력을 너무 과신한 헛된 상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무기라는 망상에 맞서기 위해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양한 외교적 시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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