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등 19개국, 전자상거래 무관세 자체합의…"WTO 마비 자구책"
뉴스1
2026.05.08 09:26
수정 : 2026.05.08 09:26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 협상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한 19개국이 서로 전자상거래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자체적인 협정을 출범시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9개국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로 전자상거래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는 별도 협정을 체결했다.
싱가포르·노르웨이·호주·아르헨티나 등도 참여한 이 협정은 8일부터 발효된다.
지난 3월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열린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에서 166개 회원국은 1998년부터 2년마다 연장해 온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을 갱신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회의를 마쳤다.
이후 제네바에서도 후속 협상이 이어졌지만 브라질이 4년 연장안에 끝까지 반대하면서 다자 합의의 길이 막혔다.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은 음악·영화 스트리밍,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 국경 간 전자적 전송물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이 원칙은 지난 28년간 디지털 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특히 관련 산업 비중이 큰 선진국들은 이 원칙이 영구화돼야 기업들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투자와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다자 협상에 기댈 수 없게 된 한국 등 19개국은 "다자간 모라토리엄이 중단된 상황에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예측 가능성과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독자 노선을 택했다.
이들은 이번 합의가 특정 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한이며, 다른 WTO 회원국들의 추가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산업계는 이번 합의를 일단 환영하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상업회의소(ICC)의 존 덴튼 사무총장은 "환영할 만한 임시방편이지만 WTO 차원의 명확한 합의를 대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사비나 치오푸 영국 기술산업협회 국제정책전략 담당 국장은 "디지털 무역의 가장 오래되고 널리 지지받는 규칙에 대해서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WTO의 존재 이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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