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선 야수, 서킷선 GT카"...'터프 럭셔리' 디펜더 OCTA 블랙
파이낸셜뉴스
2026.05.09 05:59
수정 : 2026.05.09 05:59기사원문
635마력 V8 트윈터보의 폭발적 파괴력
0→100km/h 단 4초…서킷서도 GT카 변신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 험로서도 차분
30개 블랙 디테일 입힌 '터프 럭셔리'
잠시 후 코너 진입. 채석장에서 막 빠져나온 흙먼지투성이 차체가 이번엔 스포츠카처럼 라인을 그린다. 디펜더 OCTA 블랙이다.
지난달 15일 충북 증평 벨포레 모토아레나에서 열린 '2026 데스티네이션 디펜더'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디펜더 OCTA 블랙을 만났다. 모터스포츠 경기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서킷과 인근 채석장을 활용한 15개 온·오프로드 코스. 한 장소에서 슈퍼카급 가속과 정통 오프로더의 험로 극복력을 동시에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차 앞에 서면 색깔이 먼저 말을 건다. 새틴 블랙과 글로스 블랙의 대비가 햇빛을 받을 때마다 입체감을 만든다. 프런트 언더 실드와 리어 스커프 플레이트, 쿼드 배기 테일파이프에는 새틴 블랙이, 범퍼와 보닛 인서트, 보닛 디펜더 스크립트, 사이드 벤트에는 글로스 블랙이 들어갔다. 무광과 유광이 교차하는 디테일은 가까이 다가설수록 또렷해진다. 20인치 '스타일 1086' 새틴 블랙 알로이 휠 캡에는 포스퍼 브론즈 컬러의 'Defender' 스크립트만 점잖게 박혀 있다.
스티어링 휠 가운데 투명한 시그니처 로고 버튼을 길게 눌렀다. OCTA 모드 활성화 신호다. 순간 차의 성격이 바뀐다. 직선에서 페달을 끝까지 밟는 2.7톤에 가까운 차체가 등을 떠밀고 나아가는 힘이 단순한 '빠르다'가 아니라 '터진다'에 가까웠다. 보닛 너머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리고, V8 트윈터보 특유의 묵직한 배기음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슈퍼 SUV의 영역이라 부르기조차 좁은, 파괴적인 토크였다.
진짜 놀라움은 코너에서 찾아왔다. 거구가 코너 진입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디펜더 최초로 적용된 유압식 인터링크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은 단순히 롤만 잡는 게 아니라 피칭과 다이브까지 동시에 통제한다. 급제동에선 직경 400mm의 대구경 프런트 디스크와 6피스톤 모노블럭 알루미늄 브렘보 캘리퍼가 거구를 단숨에 잡아 세웠다. 후륜에는 365mm 디스크가 적용됐다. 디펜더 역사상 가장 빠른 조향비라는 설명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납득된다.
서킷을 빠져나와 채석장 기반의 오프로드 코스로 이동했다. 풍경이 단번에 바뀌었다. 회색빛 깎인 암벽과 거친 자갈, 깊게 파인 진흙 웅덩이. 행사장에 마련된 온·오프로드 코스는 총 15개. 그중 이날 체험한 본격 험로 구간은 범피, 모굴, 휠 트러블, 머드, 사이드 슬로프, 수로 등 6개였다. 익숙한 시승장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듯한 이질감이 먼저 다가왔다.
지형 반응 시스템을 진흙 모드에 맞추고, 로우(LOW) 기어로 변경한 뒤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 끌어올렸다. 가파른 흙길 오르막. 운전석 시야는 노면이 사라지고 하늘만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차체는 머뭇거림 없이 정상으로 밀고 올라갔다. 일반 디펜더보다 28mm 끌어올린 지상고와 68mm 확장된 스탠스가 발끝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는 '택시 드라이브' 차례. 펜더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코스를 가로지르고, 점프와 착지를 반복하면서도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시야가 크게 흔들리고 몸이 좌우로 쏠리는데, 멀미는 나지 않는다. 차체가 출렁여도 실내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요동은 정제돼 있다. 양손으로 손잡이를 꽉 붙잡게 만드는 주행이지만, 차에서 내릴 때 등에 가벼운 진땀이 배어 있을 정도로 차는 끝까지 통제권을 놓지 않았다.
거친 주행을 마치고 다시 운전석에 앉으면 실내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디펜더 최초로 도입된 에보니 컬러의 세미 아닐린 가죽과 크바드라트 소재가 부드러운 촉감으로 몸을 받친다. 시트 등받이엔 9개의 사각형을 이루는 세로형 스티치 디테일이 들어간다. 시트 베젤과 백 서라운드, 암레스트 힌지에 더해진 카르파티안 그레이 컬러가 올블랙 안에서 작은 포인트가 된다. 13.1인치로 넓어진 터치스크린은 험로 주행 중에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했고, 안면 인식 기반 운전자 주의 모니터가 시선과 집중도를 살핀다.
다만 현실의 숫자도 함께 본다. 디펜더 OCTA 블랙의 공인 복합 연비는 7.0km/L다. 도심 6.3km/L, 고속도로 8.1km/L 수준으로, 635마력 V8 가솔린의 성격을 감안하면 예상 범위 안이지만 일상 운용 비용은 각오해야 한다. 90L에 달하는 연료 탱크가 주유 빈도를 줄여주긴 해도, 한 번 채울 때 들어가는 금액 또한 만만치 않다. 5001mm 차체는 좁은 도심 주차장에서 분명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서킷과 채석장을 하루에 함께 달려본 뒤 남은 결론은 단순하다. 디펜더 OCTA 블랙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4초의 제로백을 자랑하면서도 1m 수심을 건너고,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서도 코너에서 라인을 정교하게 그린다. 평일에는 출퇴근길과 도심을 무난히 소화하면서도, 주말마다 산과 강·계곡을 찾아다니고 싶은 사람. 도심 SUV의 정숙함과 정통 오프로더의 험로 극복력 사이에서 하나만 고를 수 없는 사람. 디펜더 OCTA 블랙은 그런 운전자에게 한 차로 두 가지 욕구를 담아낼 수 있다는 답을 내놓는다. 선택의 기준이 분명한 차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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