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모기 함대'에 미 해군 속수무책…호르무즈 개방 난항
파이낸셜뉴스
2026.05.10 07:09
수정 : 2026.05.10 07: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 해협과 맞닿은 이란 남부의 험준한 해안선을 따라 동굴, 터널 속에 숨어 있는 수백 척의 '모기 함대' 고속 공격정들이 세계 최강 미국 해군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고속정, 자살 폭탄 드론, 지대함 미사일로 무장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모기 함대가 막강한 미 해군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IRGC 해군 소속 모기 함대는 미 군함을 심각하게 위협하거나, 현대식 유조선에 큰 타격을 줄 만큼의 화력은 부족하지만 상선들이 항해를 주저하게 만들 정도의 위력은 충분해 실질적으로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해군분석센터(CAN)의 조슈아 탈리스 애널리스트는 "군함이든 상선이든 선박을 향해 무언가 날아온다는 것 자체가 선원들에게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위험"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수주 뒤 이란 해군이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전멸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함대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멸했다던 이란 해군 전력의 위협으로 미군은 해협 재개방에 실패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미국이 고속정들을 공격하지 않은 이유로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시인했지만 7일에는 "빠르다는 게 뭐 대수냐, 앞에 기관총 하나 달렸을 뿐"이라며 허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란의 수백만원짜리 샤헤드 드론 물량 공세에 전황이 흔들린 것처럼 IRGC의 모기 함대는 항공모함 전단 2개를 배치한 미군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모기 함대는 특히 미국의 경제 봉쇄도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모두 이란 내에서 저렴하게 생산되고 있다.
허드슨 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는 "이란이 수십년 동안 모기 함대를 통한 해협 봉쇄 연습을 해왔지만 긴장이 심각하게 고조될 것을 우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그러나 "언제나 잠재적인 위협이었던 이 모기 함대가 이제는 미국이 제공한 완벽한 명분을 바탕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런던 싱크탱크 RUSI의 시다르트 카우샬은 이란 해군은 노후화된 장비로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면서 정규 해군을 파괴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긴 하지만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카우샬은 "이란이 실제로 의지하는 것은 IRGC 해군"이라면서 "모기 함대와 순항 미사일, 드론을 비롯한 비대칭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가공할 비대칭 능력을 원하는 만큼 크게 약화시켰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IRGC는 다양한 성능을 갖춘 무장 쾌속정이 약 500~1000척, 드론 보트는 1000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해안에는 미사일 포대들이 있다.
미 해군은 모기 함대를 파괴할 충분한 역량이 있기는 하지만, 드론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사드로 요격하는 것처럼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
나디미는 이란 모기 함대가 장기전을 위해 설계됐다면서 미군이 지금의 규모로 계속 주둔하면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규모가 축소될 경우 다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우샬은 "이란은 모든 배를 칠 필요가 없다. 보험 시장을 긴장시킬 정도로만 타격하면 된다"면서 "반면 미국은 모든 배를 지켜야 한다"며 가성비 면에서 이란의 완벽한 승리라고 분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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