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정원부터 이색 꽃 전시"...고양 꽃박람회 가보니
파이낸셜뉴스
2026.05.10 11:21
수정 : 2026.05.10 12:27기사원문
'과거·현재·미래' 시간 여행자의 정원
벨기에 등 5개국 글로벌 화예 작가전 개최
로즈페스타·펭수 피크닉 등 특별 이벤트 눈길
【파이낸셜뉴스 고양=김경수 기자】 추운 겨울이 지나 봄꽃이 움트는 계절이 찾아왔다.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만들었다. 경기 고양특례시가 그렇다.
축제 마지막날 10일 일산호수공원에서 열리는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가 그런 풍경이었다.
사진을 찍는 연인들, 아이 손을 붙잡고 걷는 가족, 꽃길을 지나가는 시민들까지. 이곳은 단순 꽃 전시장이 아닌 사람들의 표정을 기분 좋게 바꾸는 공간이었다.
일산호수공원 중심부로 향했다. 높이 13m 규모의 대형 꽃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번 축제를 상징하는 '시간여행자의 정원'이다. 한국 전통 천문기구인 '혼천의'에서 착안해 제작했다고 한다.
조형물 내부는 수만 송이 생화로 꾸몄다. 시간이 변하는 이미지를 회전하는 구형 꽃 장식을 통해 연출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랜드마크 건축 꽃 조형물이다.
보라색과 노랑, 분홍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낸 풍경은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았다. 자연이 가진 색감은 인간이 만든 어떤 LED 조명보다 깊고 부드러웠다.
발걸음을 옮기니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EBS 인기 캐릭터 '펭수'가 보였다. 약 5m 규모의 대형 펭수 조형물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꽃과 휴식 공간이 어우러진다.
캠핑 감성을 살린 소품과 포토존이 곳곳에 있다. 아이들은 펭수의 시그니처 인사인 '펭하!' 포즈를 취한다. 부모들은 이 특별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분주하다.
평택시에서 자녀들과 함께 찾은 김범수씨(43)는 "한번은 꼭 와보고 싶은 축제가 고양국제꽃박람회였다. 날씨도 좋고, 다양한 꽃들이 한데 어우러진 정원들까지 너무 예뻐 힘들게 이곳에 온 보람이 있다"며 "평택에도 이러한 축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체험형 전시장이다. 꽃잎을 활용한 공예 체험과 미니 화분 만들기 부스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는 경험은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신선한 놀이처럼 보였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히 꽃을 전시하는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관람객이 공간에 머무는 체류형 전시로 구성한 것이 큰 특징이다. 마인크래프트 특별존이 대표적이다.
꽃과 자연을 배경으로 게임의 조합이라는 낯선 체험 공간을 선보였다.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리기 체험에 직접 참여했다.
올해 꽃박람회 가장 큰 성과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이 꽃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인지도 모른다.
실내 행사장에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꽃들이 전시됐다. 25개국, 200여 개 세계 주요 기관이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축제에서 볼 수 없는 실내 특성화 화훼 전시, 야외 전시 연출, 분야별 화훼 예술 콘테스트 등 다양한 공연·이벤트가 펼쳐졌다.
화훼교류관(1관)에서는 세계적인 화예 작가와 각국의 꽃, 이색 식물과 창의적인 화훼 연출이 어우러졌다. 화훼산업관(2관)은 국내 우수 업체 및 협회·단체 홍보관, 화훼 신품종관, 비즈니스 라운지, 글로벌 콘텐츠관(3관)은 꽃을 테마로 한 체험형 콘텐츠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졌다.
네덜란드식 튤립 정원은 색채의 규칙성을, 일본은 절제된 미학을 관객에게 보여줬다. 동남아 스타일 열대 정원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각국의 정원 양식은 서로 달랐지만, 결국 자연 속에서 인간은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꽃을 통해 알려줬다.
글로벌 화예 작가전에서는 '기억의 색채'를 주제로 '5개국에서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샹탈 포스트(벨기에), 지코 나탈리아(러시아), 이라티 타마릿(스페인), 솔로몬 레옹(홍콩), 김종국(대한민국) 등이 '시간과 계절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각자의 개성대로 묘사했다.
'기억'을 놓고 관점과 개성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고 표현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관람객들은 시간과 계절의 기억에 대한 작가 다섯 명의 시선을 따라가며 글로벌 화훼 디자인의 흐름을 경험했다.
고양국제박람회재단 관계자는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는 단순 관람을 넘어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관람객 모두의 기억을 특별하게 물들이는 축제로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공개된 콘텐츠의 장점들을 살려 앞으로 계속 선보일 다양한 전시를 통해 고양특례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지고, 스마트폰 카메라는 어느새 하늘과 꽃을 함께 담아낸다. 삭막한 도시의 시간 속에서 꽃은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꽃은 피고 진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짧은 순간 가장 찬란하게 피어나는 존재다.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는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도시 전체에 펼쳐 보여줬다.
2ks@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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