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쳤다니요, 목이 찔렸는데…" 여고생 구한 17세 소년 '두 번 울린' 악플 테러

파이낸셜뉴스       2026.05.10 13:00   수정 : 2026.05.10 13: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광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괴한에게 습격당한 또래 여학생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고교생 A군(17)과 그 가족이 무분별한 악플로 인해 심각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소년의 용기가 억울한 비난 속에 빛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귀가 중이던 A군은 건너편에서 "살려달라"는 B양(17)의 비명을 듣고 곧장 현장으로 뛰어갔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B양이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A군이 휴대전화를 꺼내든 순간 가해자 장모 씨(24)가 흉기를 들고 덤벼들었다. A군은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쥔 채 맨손으로 흉기를 막아내다 손등이 심하게 찢어졌고, 연이어 목 부위를 두 차례나 찔리는 치명상을 입었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엄청난 피를 흘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A군은 범인을 밀쳐내고 현장을 벗어난 뒤,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이 칼에 찔렸다. 도움을 요청해 달라"며 끝까지 구조를 시도했다.

긴급 봉합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A군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참혹했던 그날의 기억과 함께 쏟아진 온라인상의 비난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이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남학생이 상처만 조금 입고 도망갔다", "혼자 살겠다고 현장을 이탈했다"는 식의 악의적인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A군의 아버지는 "사건 직후 아이는 살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목까지 찔려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온라인상에서 도망간 것처럼 매도하는 글들을 보며 가족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억울함과 비통함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아이를 영웅처럼 봐달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다만 아이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을 뿐, 결코 잘못된 행동이나 비겁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알아주셨으면 한다. 아이가 세상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치명적인 부상에서 회복 중인 A군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PTSD)에 시달리고 있다. 병실에서 작은 인기척만 들려도 문 쪽을 주시하며 몸이 굳고, 매일 범인의 얼굴이 떠오르는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A군을 짓누르는 것은 B양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는 무거운 죄책감이다. B양은 A군의 구조 노력과 지인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뒀다. A군은 인터뷰 도중 "그 학생이 살았어야 했는데…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침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면식도 없는 B양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A군마저 살해하려 한 장 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오는 14일 신상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 장 씨는 "사는 게 재미없어 자살을 고민하다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범행 전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토대로 계획된 '묻지마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A군에 대한 '의사상자' 지정 신청을 추진하고, 의료급여 및 심리 치료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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