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인 투자 길 언제 열리나…규제 불확실성 '이중고'

파이낸셜뉴스       2026.05.19 16:08   수정 : 2026.05.19 16:07기사원문
로드맵 2단계 장기 표류…특금법 시행령 STR 부담 가중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상장사(금융사 제외) 및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법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2단계' 관련 현장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시행이 예고됐던 2단계 로드맵이 장기 표류하는 가운데 최근 입법예고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 내용이 새로운 규제 변수로 부상하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통해 5대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원화마켓)의 고객신원확인(KYC)과 의심거래보고(STR)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또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화마켓 관계자들과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비공개 회의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비영리법인 등에 대한 '현금화 목적 매각(1단계)'을 허용했다. 2단계는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에 실명계좌를 발급해 투자·재무목적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하는 내용이지만, 세부 기준 및 일정은 미정이다.

FIU는 원화마켓 대상으로 △은행의 법인 자금 원천 확인 강화 △독립된 가상자산 수탁기관(커스터디) 활용 권고 △투자자 공시 확대 등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실명계좌 발급 기준과 구체적 시행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일정도 관련이 있겠지만, 법인투자 허용의 경우 법률 규정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시행 시점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우려는 글로벌 시장과의 체급 차이에 있다.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거래량의 상당 비중을 기관 투자자가 차지하고,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USDC) 이자수익과 파생상품 운영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로드맵 1단계 조치에도 여전히 '운영경비 충당 목적' 매도만 허용되는 등 자기매매나 신사업 확장에 제약이 크다. 수익 구조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에 의존해 법인 자금이 유입돼도 글로벌 거래소와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반 법인으로 참여 범위를 넓히는 3단계 로드맵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외환·세제 규율 정비 이후로 예정돼 있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를 넘어 기관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했는데 한국은 계좌 발급 여부를 두고 실무 점검에만 머물러 있다"면서 "상장사들의 디지털자산재무전략(DAT)과 원화마켓의 서비스 다변화를 위한 제도적 유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인 2단계 로드맵이 표류하고 있는 반면 특금법 시행령 개정은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원화마켓 등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가 외국 가상자산사업자 및 비수탁형 개인지갑과 송수신하는 거래 중 1000만원 이상인 거래는 무조건 FIU에 의심거래보고(STR)를 자동 제출해야 한다.

가상자산업계와 법조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자금세탁방지라는 특금법의 입법 목적을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위 법률이 '불법 재산이라는 합당한 의심'을 전제로 STR 의무를 부과하는데, 시행령에서 1000만원이라는 금액 기준만으로 모든 거래를 자동 보고하도록 한 것은 법률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법인이 자산배분 및 유동성 관리를 위해 가상자산을 이동할 때, 1억원대 비트코인 1개를 단일 거래로 옮기기 어렵고, 자칫 990만원 단위로 분할 송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을 넘어 법인·기관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를 안착시켰다"며 "한국은 글로벌 기준과 맞지 않는 의무 신설로 산업의 손발을 묶기보다 법인 2단계 로드맵의 실명계좌 발급 프로세스를 조속히 정비하고 위험기반접근법(RBA) 등에 맞게 시행령의 과잉 규제 조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