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27곳 차마 출입·취사·야영 금지… 368개 오름 보전관리 기준 세운다
파이낸셜뉴스
2026.05.10 13:45
수정 : 2026.05.10 13:45기사원문
다랑쉬·노꼬메·저지오름 등 대상
8일부터 별도 고시일까지 제한
자전거·오토바이·ATV 출입 금지
정상부 캠핑·취사 행위도 단속
산림 관리용 길 훼손 우려 반영
위반 땐 200만원 이하 과태료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오름 27곳에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 차마 출입과 취사·야영을 제한하는 보전관리 기준이 적용된다. 탐방객 증가와 레저활동 확산으로 숲길과 정상부 훼손 우려가 커지자 제주도가 오름 이용 질서를 명확히 세우고 단속 근거를 마련했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에는 한라산 백록담을 제외하고 공식 관리되는 오름 368개가 있다.
이번 행위제한 대상은 이 가운데 국·공유지 오름 27곳이다. 제주도는 8일부터 별도 고시일까지 해당 오름 정상부와 사면에서 자전거·오토바이 등 차마 출입과 취사·야영을 금지한다. 오름 훼손 민원이 이어지자 탐방과 보전의 기준을 분명히 한 조치다.
차마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와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사람이나 가축이 끄는 수레, 우마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번 고시에서는 자전거, 오토바이, 사륜 오토바이(ATV), 말 등을 이용해 오름 정상부와 사면을 드나드는 행위가 제한된다.
대상 오름은 제주시 지역 12곳과 서귀포시 지역 15곳이다. 제주시 지역은 거미오름, 골체오름, 까그래기, 노꼬메족은오름, 노꼬메큰오름, 다랑쉬, 물메, 바농오름, 바리메, 새별오름, 저지오름, 족은바리메다.
서귀포시 지역은 가문이오름, 개오름, 구두리오름, 남산봉, 낭끼오름, 대병악, 도청오름, 돌오름(상천), 마은이, 물영아리, 영주산, 유건에오름, 이승악, 쳇망오름(가시), 후곡악이다.
제한 지역은 오름 정상부와 사면이다. 이곳에서는 차마를 이용한 출입과 취사, 야영을 할 수 없다.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 산림 관리용 길까지 훼손… 단속 근거 마련
제주 오름은 완만한 능선과 숲길, 정상부 전망 때문에 도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대표 자연자원이다. 이용이 늘수록 훼손도 커진다. 특히 오름 안 산림 관리용 길인 임도와 숲길을 따라 자전거와 오토바이, 말 등이 반복적으로 다니면 토양이 패이고 식생이 훼손될 수 있다.
임도는 일반 관광도로가 아니라 오름 관리와 작업 차량 통행을 위해 조성된 길에 가깝다. 이런 길이 레저 통행로처럼 쓰이면 오름의 숲길과 주변 식생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상부 캠핑과 취사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오름 정상과 사면은 바람과 비에 노출되기 쉽고 식생 회복도 더디다. 텐트 설치와 취사, 야영 쓰레기 방치가 반복되면 경관 가치와 생태 가치가 함께 떨어진다.
제주도는 그동안 오름 내 임도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 말 등이 다니며 숲길과 문화자원 훼손 우려가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사륜 오토바이 등 여가활동에 따른 자연 훼손 민원도 이어졌다.
이번 고시는 오름 출입 자체를 막는 조치가 아니다. 정상부와 사면에서 오름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를 제한하고 걷기 중심의 탐방은 유지하되 취사·야영과 차마 출입을 막아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맞추려는 취지다.
면적이 가장 큰 제한 대상은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일대 바리메오름으로 128만8365㎡다. 영주산은 92만6824㎡, 노꼬메큰오름은 92만3692㎡, 물영아리는 71만7013㎡, 다랑쉬는 70만5099㎡다. 탐방객에게 잘 알려진 새별오름과 저지오름도 이번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제주도는 6월까지 현장 안내 현수막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시 시행 초기 도민과 탐방객이 제한 내용을 알지 못해 겪을 수 있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다.
■ 영농·재해복구·산림관리 등은 예외
모든 출입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군사 목적 출입, 국·공유지 임차인과 관리자의 영농 활동, 오름 생태·경관 보전사업, 자연재해 예방과 응급대책·복구, 국유림 및 산림 관리, 도로 통행은 예외로 인정된다.
생태 복원과 재해 복구, 산림 관리, 영농 활동처럼 공익상 필요하거나 관리상 불가피한 행위는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탐방이나 레저를 이유로 차마를 이용해 정상부와 사면을 드나들거나 취사·야영을 하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다.
오름 보전은 제주 관광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오름은 제주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대표 자원이지만 한번 훼손되면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 탐방객이 늘어나는 만큼 이용 규칙을 분명히 세우지 않으면 자연자원을 소모하는 관광으로 흐를 수 있다.
임홍철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오름은 도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의 생태공간"이라며 "레저활동을 막으려는 조치가 아니라 무분별한 이용으로부터 오름을 지키기 위한 보전관리인 만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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