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의 한국이냐, 기술의 일본이냐… 방산 격전지 된 동남아

파이낸셜뉴스       2026.05.10 18:14   수정 : 2026.05.10 18:14기사원문
실전운용 경험 앞세운 K방산
K9 자주포 등 지상무기서 '우위'
무기 수출 빗장 푼 日 새 변수로
무상지원·G2G 등 J방산 전략 대응
범정부 차원 지원체계 강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일본이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사실상 풀면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온 K방산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방산 업계가 일본 방산업체 수출 봉인 해제 조치에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평화헌법 체제 아래 유지해온 무기 수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수십 년간 닫혀 있던 일본 방산 수출의 문이 열리면서 급성장 중인 동남아 방산 시장의 판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동남아 각국은 남중국해 갈등과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각국마다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일본 업체의 출현은 동남아 방산 수주 경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기존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 등 5개 유형으로 제한했던 방산 장비 수출 기준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며 사실상 살상 무기 수출의 길을 열었다. 특히 정부개발원조(ODA)와 군사 지원을 연계한 '정부 안보 능력 강화 지원(OSA)' 제도를 앞세워 동남아 공략에 나서면서 최근 각광을 받는 K방산 수출길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방산 빗장 풀자마자… 동남아 달려간 일본

10일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방산 수출 완화 후 첫 수출 대상지로 동남아를 점찍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3~7일 인도네시아·필리핀을 방문하며 일본 방산 세일즈의 신호탄을 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인도네시아와 방위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중고 잠수함 제공 등을 논의했다. 일본은 또 필리핀과는 '아부쿠마급' 호위함 6척과 TC-90 훈련기 이전을 위한 실무협의체 설치에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수출 규제 완화로 일본 기업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은 동남아 국가들 역시 남중국해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군 현대화와 해양 안보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일본은 이 틈을 파고들어 해양 감시와 경비 역량 지원을 앞세워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무상 지원' 앞세운 일본에 K방산 바짝 긴장

일본 정부가 2023년 도입한 OSA는 우방국 군대에 방위 장비를 무상 제공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에는 지원 범위를 레이더 등 감시 장비에서 다목적 선박과 일부 살상 장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OSA 예산을 전년 대비 125% 늘어난 181억엔(약 1693억원) 규모로 확대했으며, 필리핀에는 해안 감시 레이더를 무상 지원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도 구조 보트와 초계용 드론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방산 업계는 일본의 무상 지원 전략이 장기적인 시장 선점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방산 장비는 한번 도입되면 유지·보수(MRO)와 후속 군수 지원이 수십 년간 이어지는 만큼 초기 지원이 장기 수주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 없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OSA의 매력이 상당하다"며 "일단 일본 체계를 도입하면 이후 정비와 부품, 추가 장비 구매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기술의 일본' vs '실전의 한국'

일본 방산의 강점은 높은 원천 기술력이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등은 항공·함정·센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생산 단가와 부족한 대량 생산 경험은 약점으로 꼽힌다.

반대로 K방산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실전 운용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지상 무기 분야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 업계에서는 일본의 방산 수출 규제 완화 이후 수상함과 잠수함 등 해양 무기 체계, 전투기·미사일 분야를 중심으로 K방산과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팬 G2G' 공세 맞서 범정부 대응 필요

업계 관계자는 "레퍼런스가 중요한 방산산업 특성상 일본의 살상 무기 수출 허용이 당장 K방산을 직접 위협하지는 않겠지만,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OSA와 정부 간 계약(G2G)을 앞세워 공세에 나설 경우 머지않아 K방산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방산의 도전에 맞서 범정부 차원의 '원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은 동남아 지역 공관에 파견 배치된 방위성 무관 숫자도 한국의 2배 이상이고, 오랜 기간 ODA를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며 "정부 간 계약 방식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일본이 한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우리나라는 코트라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 기업 위주로 경쟁하고 있어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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