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035 탄소중립, 도민 결정 과제로 옮긴다

파이낸셜뉴스       2026.05.12 09:44   수정 : 2026.05.12 09:44기사원문
기후시민회의 20일 첫 회의
도민 40여명 학습·토론 참여
정책 제안부터 실천까지 논의
6월까지 워크숍·현장견학 운영
상설 시민참여 모델 구축 추진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가 2035 탄소중립을 행정 계획이 아닌 도민 참여형 정책 과제로 다루기 시작한다. 기후정책을 전문가와 행정만의 영역에 두지 않고 도민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직접 제안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12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연구원 제주탄소중립지원센터에 따르면 오는 20일 '제주 기후시민회의' 출범 회의가 열린다.

회의에는 시민·환경단체 추천 등을 거쳐 선발된 도민 40여명이 참여한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감축량을 맞춰 최종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자동차 연료, 전기 사용, 건물 냉난방, 쓰레기 처리처럼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 전반이 연결돼 있다. 정책 목표만 세운다고 달성되는 과제가 아니라 도민의 생활 방식과 지역 산업 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제주의 2035 탄소중립 목표는 국가 목표보다 15년 빠르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은 가운데 제주는 에너지와 교통, 건물, 폐기물, 농업까지 지역 전반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보급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전기를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체계, 도민이 생활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실천 구조가 함께 필요하다.

기후시민회의는 이 과정을 도민 참여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장치다. 회의에 참여한 도민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정책을 배우고 토론을 거쳐 제주에 맞는 실천 과제와 정책 제안을 도출한다. 행정이 만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도민이 정책 수립과 이행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다.

출범 회의에서는 임현교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기후시민정책과장이 '국가 기후시민회의 운영'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제주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실행 모델을 논의한다.

제주도와 제주탄소중립지원센터는 올해 6월까지 분야별 소그룹 운영과 워크숍, 현장견학을 진행한다.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국내외 정책을 공유하고 도민이 실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다. 이후 운영 주체는 제주도 중심으로 전환된다. 도는 전 도민 공개 모집을 통해 참여 범위를 넓히고 기후시민회의를 도민 참여·실천형 상설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관건은 시민회의에서 나온 의견이 실제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가에 있다. 기후시민회의가 일회성 의견 수렴 행사에 그치면 정책 신뢰를 얻기 어렵다. 도민이 제안한 내용이 어떤 절차로 검토되고 예산과 사업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공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기후정책은 생활비와도 맞닿아 있다. 전기요금, 대중교통, 주거 에너지, 일회용품, 음식물쓰레기, 농업 생산 방식까지 도민의 일상 선택이 탄소 배출과 연결된다. 시민회의가 실질적인 힘을 얻으려면 도민이 매일 체감하는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

제주가 이미 추진 중인 분산에너지와 전기차, 재생에너지 정책도 시민 참여와 연결될 필요가 있다. 분산에너지는 지역에서 만든 에너지를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태양광·풍력 발전을 생활 속 전력 사용과 연결하려면 도민 이해와 참여가 필수다.

기후시민회의는 갈등 조정의 장으로도 의미가 있다. 탄소중립 정책은 비용과 불편을 동반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시설 입지, 교통수단 전환, 쓰레기 감량, 건물 에너지 기준 강화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분야다. 시민회의가 숙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의 폭을 넓히면 정책 추진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임홍철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기후위기는 행정과 전문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도민이 직접 실천해야 하는 과제"라며 "출범 회의에서 나온 의견이 제주의 미래를 바꾸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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