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23년 전 빚, 콩나물 팔아서 갚는게 맞냐" 지적에...상록수 주주들 채권 매각
파이낸셜뉴스
2026.05.12 15:38
수정 : 2026.05.12 18:57기사원문
신한·우리·KB카드, 하나·국민·기업銀
유에스대부, 나이스 등 대부업계도 매각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카드대란' 사태 수습을 위해 설립된 배드뱅크 '상록수'가 약탈적 금융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상록수의 주요 주주인 은행과 카드사는 물론 대부업체들이 연체 채권 매각 의사를 밝혔다.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채권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되면 기존 추심은 모두 중단되고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라 일부 채권은 소각된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의 지분 30%를 들고 있는 신한카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래 묵은 연체채권 추심을 '원시적 약탈적 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이 뒤늦게 추심 중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상록수의 나머지 지분 30%를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는 유에셋대부, 카노인베스트먼트, 나이스제삼차 역시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23년이 지난 채권"이라며 "대부업체가 처음부터 들고 있던 채권도 아니지만 매각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3년 전 카드대란 당시 '국민 세금'을 투입한 카드업계가 아직도 일부 채권의 추심을 진행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죽을때까지 빚이 10배에서 수십억원 될 때까지 집안 콩나물 한 개 팔아서라도 갚아야된다는 것이 국민적 도덕 감정이 맞냐"며 "필요하면 입법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민간 배드뱅크인 상록수는 신용불량자들의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이들 금융기관은 취약차주의 채무조정을 돕는 새도약기금 협약에 참여했다. 하지만 실제 상록수 채권의 새도약기금 매각에 대해선 일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 장기연체채권 정리를 위해 새도약기금을 운영하고 있고 계속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면서 "새도약기금에 99.4% 금융기관이 자발적 협약에 가입해 채권 매입과 추심 중단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표면적으로는 여러 기관들이 모여서 만든 주식회사다 보니까 주주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이익이 뒤에 자리하고 있는 측면 때문에 소극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장기 연체채권의 이자 누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기관은 상록수에서 5년간 42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원인이 된 연체 이용자들은 이자가 늘어서 몇천만원이 몇억원이 됐다고 하더라"며 "국민 정서로 죽을 때까지 열배, 스무배 늘어나도 끝까지 갚으라는 게 맞느냐"고 말했다.
주요 주주의 장기 연체채권 매각 결정으로 차주의 추심은 중단될 전망이다. 해당 채권을 새도약기금을 운영하는 캠코가 사들이면, 대상 차주에 대한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조정 및 분할상환이 추진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는 1년 이내 채권이 자동 소각된다.
상록수는 2002~2003년 발생한 '카드대란'으로 취약 차주의 생계는 물론 주요 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설립된 배드뱅크다. 당시 주요 금융사는 연체 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각 금융사는 연체채권을 상록수에 넘겨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주주가 여러 곳으로 나뉘고, 채권 매각에 주주 전원 동의가 필요한 구조가 이어졌다. 일부 회사는 해당 지분을 대부업체에 넘기는 방식으로 연체채권을 판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록수는 특정 금융사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면서 "금융사 외에 일부 대부업체 주주도 포함돼 있어 전체 동의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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