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美 시장 문 두드린다…"규제 장벽 넘을 종합 전략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2026.05.12 16:07   수정 : 2026.05.12 16:07기사원문
율촌, BAA·존스액트·CFIUS·CMMC 등 '겹겹 규제' 속 돌파구 모색



[파이낸셜뉴스] K-방산의 미국 방산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각종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한 종합 전략 수립이 관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은 이미 체결한 RDP(상호방위조달협정) MOU가 한국에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데다, 미국 조달·보안·투자 심사 규정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입찰 평가에서 무제한적 권리(UR) 허용이나 광범위한 기술자료 사용권을 허용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방위사업 관련 규정인 '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 수출허가(신청)서' 체계와 충돌할 소지가 있어, 미국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국산우선구매법 가격 페널티, 대기업 최대 50%까지


12일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K-방산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주요 규제 대응' 세미나에서 송광석 율촌 국방방산팀장 변호사는 "RDP를 체결한 국가는 미국산으로 인정받아 미국산우선구매법(BAA)상의 가격 페널티(대기업 기준 최대 50%)를 면제받는다"며 "한국은 바이든 정부 때 가능성이 높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공공조달 분야에서 미국산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BAA는 국가안보 예외조항에 따라 국방 조달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베리수정법은 미군용 섬유·의류·식품의 100% 미국산 사용을 요구하고, 특수금속조항은 미 국방부 무기체계에 사용되는 특수금속의 미국 내 용융·생산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산 최종제품 기준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전체 구성품 중 국내산 비율이 2024~2028년 65%, 2029년 이후 75%를 충족해야 하며, 철강 최종제품은 미국(및 적격국) 외 비용이 전체 구성품 비용의 5% 미만이어야 한다. 국방조달규정(DFARS)상 대기업은 국내산 기준을 위반할 경우 50%의 가격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존스액트·번스-톨레프슨…조선·MRO도 '규제의 벽'


존스액트(미국 상선법)도 대표적인 진입장벽으로 꼽혔다. 송 변호사는 "외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군함 건조가 제한되며, 법인 임원 및 이사 과반수는 미국 시민이어야 하고 법인 직원의 90% 이상은 미국 내 거주자여야 한다"고 말했다.

군함 관련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군함 주요 부위의 외국 조선소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2025년 2월 수정안이 발의되면서 NATO 회원국 또는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 조선소에서 주요 부품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권한이 구체화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미 해군 함정의 MRO(정비·수리·운영) 역시 제약이 컸지만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송 변호사는 "미국 내 항구와 괌에 정박한 미 해군 선박의 MRO를 해외 조선소에서 수행하는 것은 제한돼 왔지만, 최근에는 일부 예외의 길이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CFIUS·FOCI·CMMC…"투자는 가능해도 통제는 쉽지 않다"


미국 방산 분야에서는 보안 규정이 사업 추진의 전제가 된다. NISPOM(국가산업보안프로그램매뉴얼) 체계상 비밀정보 접근을 위해 미국 내 법인 설립이 요구되지만, 외국인 소유·통제·영향(FOCI) 심사라는 또 다른 관문이 따른다. 송 변호사는 "외국인이 비밀정보에 접근하려는 우려만 있어도 FOCI 심사를 받는다"며 "투자는 가능하더라도 경영 통제는 제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이버보안 측면에서는 CMMC(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가 사실상 '입장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연방기관 납품업체에서 정보 유출이 발생한 이후 CMMC가 전면 시행되는 흐름"이라며 "프로그램 룰은 2024년 12월 16일, 인수 룰은 2025년 11월 발효됐고, 2027년 12월부터는 레벨3까지 적용되는 단계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조달시장 참여를 위해 CMMC 자격을 갖추려면 제3자 인증절차가 필요하고, 비용도 5억원 이상이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JV는 파트너 변수까지 설계"…기술이전은 사업계약 전반으로 확장


해외 합작법인(JV) 설립·운영과 기술이전 리스크도 핵심 이슈로 제시됐다. 유종권 율촌 변호사는 "특정 방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현지 출자와 회사 설립을 고민할 때는 현지 지배구조 특성, 방산 인허가 취득 가능성, 세무상 취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로젝트 범위를 최초 사업에 한정할지, 현지 합작 파트너사와 사업목적이 중복될 가능성이 있는지, 경업금지의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함께 검토해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특히 의사결정 구조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산 프로젝트 수행 관련 의사결정 방식을 별도로 규정하고 주요 임원의 비밀취급인가 취득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현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비밀취급 적격성 확보가 가능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파트너사와 협력관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하도록 사전동의권, 소수주주 동의권 등 거버넌스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이전과 관련해서는 수출통제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방산기술 수출통제는 기술이전·실시계약뿐 아니라 JV가 체결·이행하는 공장 건설계약, 서비스계약, 공급계약 등 사업계약 전반에 보호대책 조항을 반영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 계약 변경 시에도 정부 승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통제는 장기전"…AI·반도체·공동연구까지 '경제안보 규제'로 진화


손승우 율촌 상임고문(서울대 객원교수)은 기술수출통제 강화 흐름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 고문은 "기술수출통제 규제 추세는 2018년 이후 지속돼 왔고, 10년 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은 장기화에 대비해 거버넌스와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기술수출통제는 무기 수출을 넘어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술이전, 공동연구까지 포괄하는 경제안보 규제로 진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50%룰까지 포함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엔드유저(최종사용자)까지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물자 수출은 부품 판정, 구매자 식별, 용도 확인, 수출허가 신청, 사후관리까지 체계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며 "수출통제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 필수"라고 했다.

손도일 율촌 경영담당대표는 "대한민국 방산의 글로벌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미국 방산시장 진출, 해외 합작법인 설립, 기술통제 등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실무적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세계 속 K-방산이 그 어느 때보다 날개를 달고 있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법률 서비스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기 율촌 고문은 "미국 방산 수출을 위해 법인을 만드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제약이 많기 때문"이라며 "현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미국 국방부와 계약에 가치가 있어 인수하더라도 거버넌스가 바뀔 경우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 사전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세계 속 K-방산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날개를 달고 있는 상황"이라며 "K-방산이 5대양 6대주를 지나면서 날개를 다는 중차대한 시기에 여러 가지 법률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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