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장 꼼꼼하게 챙겼다… 구광모, 글로벌 사우스 공략
파이낸셜뉴스
2026.05.12 18:25
수정 : 2026.05.12 18:24기사원문
LG '차별적 고객가치' 전략 차원
대형 가전 유통매장서 현장 경영
분위기·경쟁사 마케팅 직접 살펴
印·동남아, 제조기술 허브로 육성
계열사 간 '원 LG' 시너지 확대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서울=김준석 특파원·임수빈 기자】 "구광모 LG 대표가 해외 출장을 가면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 유통매장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의 현장 경영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은 범그룹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인구 성장과 중산층 유입이 지속되는 인도와 동남아 지역을 핵심 거점으로 전방위 영토 확장에 나섰다.
특히, 가전, 디지털 전환(AX), 배터리, 첨단 디스플레이 계열사들이 현지 인프라를 대폭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개별 진출을 넘어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소프트웨어 DX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원 LG(One LG)' 협력 모델로 신흥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구광모 대표, 현지 방문길땐 꼭 가전매장 찾아
12일 베트남 한인 사회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달 22~24일 베트남 방문 기간 중 경제사절단 공식 일정과 별도로 하노이의 대형 가전 유통매장인 디엔마이싸잉을 찾았다. 국빈 만찬과 한-베 경제인 대화, 비즈니스 포럼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직접 소비자 접점을 점검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을 위한 '고객 밀착 경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현지 교민에 따르면 구 대표는 수행 인원을 최소화한 채 매장을 둘러보며 제품 진열 방식과 고객 동선을 세심하게 살폈다. 일부 제품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디자인과 배치 상태를 유심히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가 공식 일정 사이 시간을 쪼개 유통 현장을 찾은 것은 국가별로 다른 주거 환경과 소비 패턴 속에서 고객의 숨은 수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LG가 강조해온 '차별적 고객 가치'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고객이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구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 구 대표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방문할 때마다 현지 유통매장을 주요 일정에 포함해왔다. 지난해 2월 인도에서는 LG 브랜드샵과 릴라이언스 매장을 찾았고, 같은 해 6월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렉트로닉 시티를 방문했다. 올해 4월 브라질 마나우스 출장 때도 현지 가전 유통매장 '베몰'을 둘러봤다.
LG 관계자는 "구체적인 동선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베트남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동시에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라며 "유통 현장을 세밀하게 살피는 것은 경쟁사 동향과 고객 변화를 면밀히 파악해 LG만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원 LG' 제조기술 허브 인도·동남아 투자 확대
LG그룹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차세대 제조·기술 허브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공장 생활가전 생산시설 확장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현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나섰다. 또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 신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인도 내수와 글로벌 사우스 수출 거점으로 육성 중이다. 향후 인도법인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도 AI 홈과 친환경 냉난방공조(HVAC) 등 현지 인프라 확대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 합작한 인도네시아 'HLI 그린파워'에서 연간 1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셀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베트남 하이퐁 패널 모듈 공장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했다.
LG CNS는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 그룹과 함께 자카르타에 10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의 대형 칠러 공조 시스템과 LG에너지솔루션의 ESS를 적용하며 그룹 계열사 간 '원 LG'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협업은 배터리 공장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베트남 생산·물류 시스템 고도화 등 인도와 동남아 주요 사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의 B2C는 물론 원LG 전략을 통해 B2B에서 성과를 내며 전통적인 가전 기업에서 하이테크 기업으로 빠른 전환을 하고 있다"면서 "구 대표의 현장 경영이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고도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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