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두고 실사땐 눈속임… 창업지원 환수 5년간 77건
파이낸셜뉴스
2026.05.12 18:29
수정 : 2026.05.12 18:43기사원문
서울 도심 공유오피스 가보니
사무실로 등록하고 영업은 안해
우편물 쌓이고 경찰 오가기도
지원 해지·부정수급 문제 반복
"거긴 창고나 마찬가지예요."
지난 11일 오전 11시께 찾은 서울 A공유오피스 건물. '비즈니스 센터'를 찾는 기자의 질문에 건물 경비원은 지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쌓여 있는 우편물 뭉치를 가리키며 "분명 사무실로 등록했는데 사람은 안 오고 우편물만 온다"며 "며칠에 한번씩 와서 싹 가져간다"고 했다.
경비원은 "경찰들도 찾아오고 그런다. 정상이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적은 월세로 사업자 등록"
전국 저가 비상주 공유오피스를 중심으로 사업자 주소지만 등록한 뒤 실제 영업은 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법인'이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서류 송달이나 부가가치세·법인세 신고 의무가 장기간 이행되지 않는 세무 현장 사례도 확인됐다. 창업지원금 부정수급 문제가 반복되면서 지원금 대상에서 탈락한 환수 대상도 5년간 70건을 넘어섰다.
A오피스 역시 '비상주 사무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피스 관계자 B씨는 "상주 사무실은 월세를 최대 30만원 내야 하는데 비상주 오피스는 월세 2만~3만원 정도만 내면 사업자 주소지를 등록할 수 있다"며 "인터넷 판매업종 등은 굳이 상주 사무실이 필요 없어 비상주 계약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또 "관청이나 금융기관 실사가 나오면 공용 1인실을 시간제로 빌려주는 방식"이라며 "우편물도 대신 관리해준다"고 덧붙였다. 오피스 관리실장이 입주 희망 청년에게 보낸 서비스 안내문자에는 '사업자 주소지 제공' '실사 대비' '우편물 관리'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오전 찾은 C공유오피스도 비슷한 구조였다. 건물 3~6층에는 사무실들이 입점해 있었지만 층별 안내판에는 입주 업체명이 제대로 표시된 곳이 없었다. C오피스 안내직원은 "외국인도 외국인등록번호와 등록증이 있으면 계약 가능하다"며 "사업자 주소지 등록이나 이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년창업 5년 환수대상 70건↑
업계에서는 비상주 공유오피스 구조가 사업 실체 확인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당국에서는 체납고지와 각종 행정절차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내국인과 외국인 명의 법인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실제 사업장이 위치한 곳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조세특례제한법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같은 공유 오피스 창업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공유오피스 등 창업 시 이 같은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창업 지원 과정 전반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비상주 공유오피스를 악용한 편법은 청년창업 지원사업 관리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창업 지원사업에서 협약 해지 및 부정수급으로 인한 환수 대상 건수는 △2021년 24건 △2022년 16건 △2023년 18건 △2024년 11건 △2025년 8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누적 환수 대상 사례는 총 77건에 달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창업 지원은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단순히 서류상 자격만 볼 게 아니라 실제 운영 여부와 사업 지속성, 체류 실태까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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