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하츄핑이다!" 웃는 아이들 보니 피곤함 싹 사라져

파이낸셜뉴스       2026.05.13 18:14   수정 : 2026.05.13 18:14기사원문
티니핑 매장 어린이날 아르바이트
굿즈 사면 하츄핑과 사진 촬영
매장 오픈 전부터 방문객 줄 서
오후 티니핑 싱어롱 행사 광장
인파 몰리며 계단 통로까지 꽉차
‘2세대 초통령’ 티니핑 인기 실감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구직을 포기하고 숨고르기 중인 '쉬었음' 인구 255만명 시대. 알바는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기약하는 가장 절실한 디딤돌이자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우와 하츄핑이다! 하츄핑이랑 손 잡을래요."

대형 하츄핑 인형 탈이 모습을 드러내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어린 아이들이 '피리부는 사나이'에 홀린 듯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화면에서만 보던 캐릭터가 실제로 나타난 게 신기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하츄핑의 부드러운 팔을 꼭 붙잡았다. 한 남자아이는 하츄핑과 싸우겠다고 달려들어 애를 먹였다. 아이들 덕에 웃고 울었던 어린이날 행사 아르바이트는 전투같은 하루였다.

■'어린이날 오픈런'에 정신은 저너머로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2일 경기 시흥시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입구는 개점 전부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아르바이트 체험 장소인 티니핑 매장 앞에는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유통 현장을 다니며 마트·팝업 등 다양한 오픈런 현장을 봤지만, 이렇게 아이들 목소리로 가득 찬 대기줄은 처음이었다.

손님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자 현장 관계자들은 원래 오전 10시30분인 오픈 시간을 20분 가량 앞당겼다. 기자도 급히 다이아나핑과 이클립스핑이 큼직하게 그려진 스태프 티셔츠를 입고 '참전'에 나섰다.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이들이 장난감과 굿즈를 집어들자마자 부모들은 그대로 아이를 안은 채 곧장 계산줄로 향했다. 이유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선착순으로 하츄핑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벤트 참여권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기자는 계산대 끝쪽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참여 증정 이벤트를 맡았다.

이날 진행된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중앙 광장에서 대형 다이아나핑 조형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키링을 증정했다. 또, 온라인몰에 신규 가입하면 티니핑 고깔모자 등이 포함된 생일축하 세트를 한 박스 증정했다.

한차례 폭풍 같은 오픈런 인파가 지나가자 잠시 평온이 찾아왔다. 손님도 적당한 빈도로 들어오고, 일도 손에 익어갈 쯤 포토타임 행사 지원 시간이 됐다.

아울렛 건물 안 숨겨진 공간으로 이동하자 하츄핑으로 변신할 남성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아침에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직원은 쿨링스프레이를 온몸에 뿌리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탈을 뒤집어 썼다.

탈을 쓴 순간, 어느새 완전한 분홍 공주 하츄핑이 됐다. 깜찍한 포즈를 취하고, 우아하게 손을 흔들며 아이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었다. 소리를 낸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있던 아이들이 하츄핑을 따라나왔다. 출발할 때는 서너 명에 불과했던 줄이 점점 길어졌다.이게 '2세대 초통령'의 파워임을 실감했다.

중앙광장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사진 촬영 이벤트가 시작됐다. 내가 맡은 일은 사진 촬영 티켓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차례가 되면 안내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기자가 나서서 정리해야 했지만, 대부분의 가족이 알아서 시간을 잘 지켰다.

최근 아울렛 업계는 넓은 부지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로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신세계사이먼도 오프라인 공간의 강점을 살려 아울렛을 마치 '테마파크' 같은 축제 공간으로 만드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캐치! 티니핑', '미니언즈' 등 지식재산권(IP) 협업 콘텐츠 운영 기간 팝업스토어 매장에는 월평균 약 10만명이 방문한다.

■허리 통증에도 부모의 헌신 '뭉클'

포토타임이 순탄하게 끝난 뒤 빠르게 아울렛 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인을 보충했다. 오후에는 대망의 '싱어롱' 행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맡은 업무는 관람 인파 관리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광장 주변은 이미 사람들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다.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야외계단에도 층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가득했다. 기자는 계단에서 관람객이 난간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보행 통로를 확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행사 시작이 가까워지자 계단은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왼편 절반은 사람들이 오갈 수 있도록 비워두며 인원을 통제했다.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인파를 보고 다시 몰려드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쉴 새 없이 안내해야 했다. 좁은 계단에서 한쪽으로 비켜 선 채 계속 일하다 보니 40분 남짓한 시간이었는데도 허리가 아팠다. 이날 한 일 중 가장 힘들었다. 한편으론, '부모들은 더 힘들텐데도 아이들의 잠깐의 행복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구나' 싶었다.

마침내 공연을 마친 각양각색의 '핑'들이 아이들에게 아쉬움을 가득 담은 인사를 하면서 이날 기자의 업무도 마무리됐다. 티니핑이 그려진 스태프복을 반납하는데 괜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의 체험은 여느 아르바이트와는 조금 달랐다. 치열하게 버텨내던 하루하루 속에서 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한 경험이었다. 특히 아이와 함께하던 부모들의 행복한 표정은 잊을 수 없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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