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맞으러 왜 한정이 나왔나…중국 의전에 숨은 메시지
파이낸셜뉴스
2026.05.14 02:31
수정 : 2026.05.14 02: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도착 직후 받은 중국 측 영접 수준을 두고 미 외교가에서 미묘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국빈급 예우는 제공했지만, 2017년 첫 방중 때보다는 한 단계 낮춘 의전을 통해 '강해진 중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밤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은 군악대와 의장대, 국기를 흔드는 청년 수백명을 동원해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었다. 공항에는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이 직접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고위직을 지낸 줄리안 게워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격식과 지위를 중시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부주석이라는 직함 자체가 상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주석은 현재 중국 권력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공식 서열은 높지만 실제 정책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전은 높이되 실질적 특별대우는 하지 않는 방식"으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 외교에서 의전은 곧 실질"이라며 "공항 영접은 중국이 상대국에 보내는 첫 정치적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접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첫 임기 당시 받았던 대우보다는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에는 중국 외교 최고위 인사이자 정치국 위원이었던 양제츠가 직접 공항에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당시 이를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높은 중요성"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에는 상징성이 강한 한 부주석이 등장했다. 대만 국립정치대의 중국 외교 의전 전문가 웨이펑 쩡 연구원은 "만약 정치국 위원이 직접 영접했다면 이는 '당신은 가장 중요한 손님'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보다 훨씬 자신감이 커진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세계 최강국 지도자이기는 하지만, 중국 역시 더 이상 미국에 압도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전 형식을 통해 드러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과거에도 의전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낸 사례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방중했을 당시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영접에 나섰다. 반면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당시 차기 최고지도자로 평가받던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직접 공항에 나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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