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반도체 '초순수 기술'도 국가 첨단기술"... 유출 직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파이낸셜뉴스       2026.05.14 11:39   수정 : 2026.05.14 11: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 반도체 컨설팅 업체로 이직하며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전직 직원에 대해, 대법원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 여부를 다시 살펴보라며 파기환송했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초순수' 시스템 시공 관리를 담당하던 A씨는 2019년 퇴사를 앞두고 설계 템플릿, 제어 알고리즘, 설비 시방서 등 핵심 자료를 개인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출력해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자료들을 가지고 중국의 반도체 컨설팅 기업인 '진세미'로 이직했다. 초순수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극도로 깨끗한 물이다.

1심과 2심은 A씨의 업무상 배임 및 영업비밀 유출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유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기술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상 '플랜트엔지니어링' 분야의 '담수' 중분류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원심은 고시상의 '담수'를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기술'로만 좁게 해석해, 공업용수를 처리하는 반도체 초순수 기술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예를 들어 법령에 '도구를 이용한 상해'를 처벌한다고 되어 있을 때, 법원이 '도구'의 범위를 좁게 해석해 '신체 부위를 이용한 박치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판결을 내린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대법원은 산업기술보호법과 산업발전법의 입법 목적을 고려할 때, 고시상의 '담수'는 활용 목적이 담수인 경우뿐만 아니라 원수의 종류가 담수인 경우(공업용수 등)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정부 고시 문구 자체에 법해석을 제한하기 보다 기술의 실질적인 가치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시스템 설계 및 시공 기술이 첨단기술에 해당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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