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CC 홀릭 팬오션…7834억 투입해 4척 신조

파이낸셜뉴스       2026.05.14 15:55   수정 : 2026.05.14 15:55기사원문
2030년 종합 해운사 존재감 키울 것



[파이낸셜뉴스] 종합 해운 기업 팬오션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선대 확대에 다시 속도를 낸다. 올해 SK해운으로부터 VLCC 10척을 인수한 데 이어 4척을 추가로 새로 짓기로 하면서 탱커 사업 강화에 나섰다. 벌크선 중심 사업 구조를 유지하되 원유·가스 등 액체화물 운송 부문을 키워 해운 시황 변동성을 낮추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VLCC 선대 늘리는 팬오션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팬오션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VLCC 4척 건조를 위한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7834억3240만원으로, 자기자본 5조7235억원 대비 13.7% 규모다. 투자 기간은 오는 29일부터 2030년 11월 19일까지다. 선박은 건조 완료 후 순차적으로 선대에 편입될 전망이다.

팬오션은 이번 투자 목적에 대해 "VLCC 선대 확대를 통해 원유·가스 등 액체화물(Wet Bulk) 운송 사업 경쟁력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조 투자는 팬오션의 탱커 사업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팬오션은 지난 2월 SK해운이 보유한 VLCC 10척을 약 973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해당 거래는 단순 선박 매입을 넘어 장기 운송계약과 연계된 자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조 4척까지 더하면 팬오션의 VLCC 확장 전략은 한층 뚜렷해진다. 기존 벌크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탱커, LNG, 컨테이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팬오션은 그동안 건화물선 시장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다만 벌크 운임은 글로벌 경기, 중국 철광석·석탄 수요, 곡물 물동량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이에 비해 탱커와 LNG 부문은 장기계약 비중을 높일 경우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팬오션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VLCC 선대를 늘리는 배경이다.

팬오션, '벌크+탱커' 균형 추구


업계에서는 팬오션의 행보를 단순한 '탈벌크'보다는 벌크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 해운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보고 있다. 벌크 사업은 여전히 팬오션의 핵심이다. 다만 탱커와 LNG 비중이 커지면 특정 시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VLCC 시황도 우호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항로 우회, 원유 수송 거리 확대가 겹치며 대형 유조선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으로 원유 운송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동시에 장거리 운항 수요가 늘며 VLCC 운임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오션 입장에서는 중고선 인수와 신조 발주를 병행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중고선 인수는 단기간 내 매출 기여가 가능하고, 신조선은 2030년 이후 중장기 성장 기반이 된다. 특히 신조 VLCC는 연비 효율과 환경 규제 대응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팬오션의 올해 실적 개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벌크 사업에 더해 LNG 장기계약, 탱커 선대 확장 효과가 더해지면서 매출 6조원대 진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 시장 전망에서는 2026년 매출이 6조원 이상으로 확대되고, 순이익 역시 비벌크 부문 기여 확대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팬오션의 이번 투자 규모는 작지 않다. 자기자본의 13%를 넘는 대형 투자다. 그러나 해운업 특성상 선대 확보는 미래 매출 기반과 직결된다.
특히 VLCC는 단일 선박 가격이 높지만 장기 운송계약을 붙일 경우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은 벌크선 운용 경험과 글로벌 화주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라며 "VLCC 확대는 단기적으로 투자 부담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탱커 사업을 핵심 축으로 키우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팬오션의 'VLCC 홀릭'은 결국 벌크 약화가 아니라 벌크 위에 탱커를 얹는 체질 개선"이라며 "2030년 신조선 인도가 마무리되면 팬오션은 건화물과 액체화물을 함께 아우르는 종합 해운사로서 존재감을 한층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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