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만 고집할 필요 없어… 현지 재료로 입덕 문턱 낮춰야"
파이낸셜뉴스
2026.05.14 18:24
수정 : 2026.05.14 18:24기사원문
'중식마녀' 이문정 셰프가 생각하는 'K분식 세계화'
우리가 먹는 중식,정작 中엔 없어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변주한 것
고유의 맛 전달하는 노력은 당연
마라 떡볶이·류산슬 김밥처럼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게 우선
2026 서울식품유통대전 참여
'분식과 중식의 만남' 쿠킹쇼 진행
누구나 편하게 입문할 수 있는 맛으로 시작해 우리 고유의 맛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시즌2에 '중식마녀'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해 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은 이문정 셰프가 최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K분식의 세계화'에 대한 철학이다.
이문정 셰프는 25년 가까이 중식 셰프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나는 한국식 중화요리를 했다"라고 말한다. 이 셰프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중식'이라는 단어는 보통 중국 음식을 말하지만, 실제 우리가 먹고 즐기는 중식은 중국 전통 요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된 음식, 'K중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우리가 좋아하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같은 음식은 중국 현지에 가면 아예 없거나 그 형태와 맛이 너무나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쉬기도 했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이 그를 다시 현장에 나서게 했다. 이 셰프는 "나의 숙제는 한국식 중화요리, K중식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라며 "물론, 한식과 중식을 엄격하게 구분 짓는 게 아니라, '이게 한식인가, 중식인가' 헷갈릴 정도로 친숙한 요리를 만드는 게 셰프로서 목표"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흑백요리사에서도 중국식과 한국식 조리법을 결합한 전가복 등을 준비해 호평을 받았다.
요리 경연에서 '나를 위한 요리'라는 주제를 받게 된다면 어떤 요리를 하겠냐고 묻자 "한식과 중식을 결합한 퓨전 요리를 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즐겨 먹던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중식 기법으로 해석한 요리를 하고 싶다"며 "일반적으로 구워 먹는 삼겹살을 보쌈 형태로 변형하되, 중식의 동파육 조리법을 접목해 튀긴 고기를 그대로 삶아낸 뒤 썰어내면, 겉면은 춘장의 검은색이고 단면은 고기 본연의 하얀색이 대비를 이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곁들임 요리로 한국의 된장 대신 중국의 된장격인 황두장을 사용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싶다. 매콤함을 더하기 위해 두반장을 넣으면 삼겹살 요리와 어우러지는 깊은 맛을 낼 것"이라고 했다.
■"K분식도 현지화 전략 세워야"
이 셰프는 다음달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열리는 '2026 서울식품유통대전(K푸드쇼)'에 참여한다. 이곳에서 쿠킹쇼를 통해 분식과 중식의 만남, 분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K분식에 대해 "K팝 등 한류의 영향, SNS에서의 다양한 챌린지 등을 통해 K분식이 전 세계에 노출되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라며 "K분식은 맛이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순대를 썰어 먹는 것과 같이 재미있는 요소가 있고, 조리 속도도 빠르며 즐기기에 어렵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직관적인 매력과 높은 접근성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확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K분식은 아직 '일시적인 유행'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셰프는 "K분식 세계화의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 있어야 한다. 콘텐츠와 SNS를 통한 유행보다는 '정말 맛있다', '한국식 분식은 이런 매력이 있다'는 점이 부각돼야 한다"라며 "맛이 있어야 오래갈 수 있고, 강렬한 매력이 있어야 확장이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 셰프는 K분식의 확장을 위해선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지인들이 처음 접했을 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처음부터 호불호가 너무 갈리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각 나라의 사람들이 평소 먹던 음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현지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토마토를 좋아하는 나라라면 토마토 소스를 활용한 떡볶이를 만들고 중국에는 두반장과 황두장, 마라 등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등 그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입문할 수 있는 단계의 맛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우리 고유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셰프는 이번 K푸드쇼를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이들이 한국 음식을 쉽고 편안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반장과 마라 등 중식 소스를 활용한 떡볶이, 고추잡채와 류산슬 등 중식 요리를 품은 김밥을 시도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이게 한국 분식인가, 중국 분식인가' 착각할 만큼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흡수된 메뉴를 선보여 누구나 거부감 없이 입문할 수 있는 요리를 시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