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녹음기는 'No', 휴대폰 사진은 'Yes'… 대법원이 정한 불륜 증거의 선
파이낸셜뉴스
2026.05.15 07:54
수정 : 2026.05.15 07: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우자의 외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몰래 촬영한 사진이 민사소송에서 정식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 법을 어겨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그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배우자의 상간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핵심 쟁점은 '범죄'를 통해 확보된 증거를 민사소송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우선 차량 내 비밀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된다"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을 부정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속 내용을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비록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일지라도, 민사소송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상 위법 수집 증거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증거 확보의 필요성과 긴급성, 침해되는 사생활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사진들은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필수적인 증거인 반면, 이를 통해 침해된 상간자들의 인격적 이익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가치보다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증거 확보의 절박함이 인정된다는 점이 승소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 여부는 앞서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사건에서도 쟁점이 됐다.
특수교사는 1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2심에선 주씨 측이 아들의 옷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대화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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