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살리는 길, 임도의 새로운 역할과 미래
파이낸셜뉴스
2026.05.15 14:24
수정 : 2026.05.15 14:24기사원문
한상균 강원대학교 산림경영학과 교수(한국산림공학회 회장)
지난해 잇따른 대형산불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숲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적 대응 역량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이 '임도(林道)'다. 임도는 흔히 산속에 난 길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산림을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핵심적으로 필요한 기반 시설이라 할 수 있다. 숲을 가꾸고 병해충을 방제하며, 목재를 생산·운반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접근성에서 출발한다. 임도는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임도는 단순한 산림경영 및 생산 기반을 넘어 '산림 재난 대응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최근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강조되는 오늘날, 임도의 기능 역시 경제적 활용을 넘어 안전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임도의 기능이 첨단 기술과 결합되며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형을 직접 확인하고 경험에 의존해 임도 개설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드론·위성영상 등 공간정보와 지리정보시스템(GIS), 라이다(LiDAR) 기술이 도입되면서 보다 정밀하고 과학적인 설계 및 시공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지형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인 임도 개설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임도 유지관리 방식 또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강우량, 토양 상태, 사면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는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AI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임도의 유지보수 시점과 방법을 예측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시설관리 차원을 넘어, '예방 중심의 산림관리'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재해 발생 이후 대응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임도는 이러한 변화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임도를 둘러싼 우려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환경 훼손이나 산지 안정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임도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는, 보다 신중하고 과학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설계·시공 기법과 복원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임도 구축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떻게'이다.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기준과 기술을 적용해 구축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산림의 보전과 이용을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향이기도 하다.
임도는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산속의 길이 아니다. 그것은 숲을 지키고 재난에 대응하며 미래 자원을 준비하는 국가 인프라다. 기후 위기 시대, 산림의 가치가 커질수록 임도의 역할 또한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 첨단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임도의 미래는 곧 우리 숲의 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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