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요구, 주주권 충돌 소지"...전문가들 "제도 정비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6.05.15 14:28   수정 : 2026.05.15 14:28기사원문
이익 배분 구조 놓고 노사 충돌 심화
성과급·자사주 요구에 재무 부담 우려
고정 비율 요구, 보상 원칙과 괴리 지적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 주요 계열사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이 임금·성과급 문제를 넘어 주주가치와 경영권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이익 배분 방식과 경영 개입 요구가 주주 권리 및 현행 회사법 체계와 충돌할 수 있는 만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좌담회에서 "영업이익은 주주가치 창출의 핵심 기반"이라며 "이익의 상당 부분이 근로자에게 이전되면 투자 재원이 줄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여력도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보상은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이 아니라 이익 증가분이나 잉여현금흐름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근로자가 하방 리스크를 동일하게 부담하지 않는 구조에서 고정 비율 요구는 위험 대비 보상 원칙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회사법 체계와의 충돌 가능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이익 단계에서 일정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 권리에 앞서 이익을 선취하는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며 "확정 수익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주주에 준하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현행 회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경영권 사안 개입 요구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권 교수는 "합병·분할·양도 등은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단체협약으로 노조 동의를 추가할 경우 상법상 의사결정 구조를 변형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자사주 지급 요구 역시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자사주 취득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고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되는 구조"라며 "근로자에게 자사주 배정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행 제도에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사 갈등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장기 거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파업 리스크가 기업 경쟁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길 한국ILO협회 회장은 "삼성전자는 국민기업으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큰 기업"이라며 "노사 합의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성과를 임직원과 공유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가치 상승을 반영할 수 있는 보상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급은 미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제도"라며 "단순 비율 지급 방식보다 다양한 경영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무권 교수도 "제한주식 등 보상 방식은 주주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기업가치 상승을 함께 공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 사회(S) 요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노사 갈등이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업이 생산 차질과 투자 위축, 공급망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12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지만 13일 새벽 노조가 협상장을 떠나며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 노조는 파업 강행을 시사한 가운데 이날 삼성전자 사장단은 노조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협상 재개를 거듭 요청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