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역대 최대 전세사기' 두 번 막힌 수사를 뚫은 김동영 검사
파이낸셜뉴스
2026.05.17 15:40
수정 : 2026.05.17 15:45기사원문
'32명 22억' 포항 전세사기
보완수사 통해 잡은 김동영 검사
직접 공소유지하며 중형 이끌어내
"실체 다가가기 위해 보완수사 필수"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 아래 사건이 묻히려던 찰나, 이를 넘겨받은 한 저연차 검사의 집요한 자금 추적이 수사를 뒤집었다. 주인공은 김동영 울산지검 검사(변호사시험 10회). 이 공로는 법무부 '보완수사 우수사례'로 선정되며 인정을 받았다.
■4개월 추적...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사건
'포항 전세사기'는 지난 2020년 2월 건축업자 A씨(70대 여성)가 타인 명의 대출금과 임차인 전세보증금만으로 다가구주택 4채를 신축·임대한 뒤, 보증금 반환 책임을 무자본 투자자에게 떠넘긴 사건이다. 자기 자본 없이 타인의 돈만으로 건물을 올리고, 새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기존 보증금을 돌려막는 구조였다. 결국 임차인 32명이 보증금 22억여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포항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사기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영장은 두 번 기각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김 검사는 경찰이 인지한 3채의 범행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가 신용불량 상태에서 이 방식으로 신용을 회복했고, 대출금과 보증금을 사실상 개인 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사실을 시가 분석과 자금흐름 추적으로 입증해냈다. 수사 과정에서 1채를 추가로 발견해 범행 규모도 확장했다.
김 검사는 "이 목적물이 정말 깡통전세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 시가와 자금 분석을 면밀히 진행했다"며 "여러 다가구주택을 확인하다 보니 전형적인 전세사기 구조가 눈에 드러났고, 보증금 반환의 위험 부담을 무자본 투자자에게 떠넘겨,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 김 검사는 4개월 동안 밤낮없이, 주말을 반납하고 일에 몰두했다. 구속기간이 통상 20일 정도 허용되는 만큼, 김 검사와 수사관들은 연말연시도 반납하고 애를 썼다. 8명 이상의 관련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고, 주범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구속된 무자본 투자자의 접견 녹취록을 분석하는 등 수사 방향을 여러 갈래로 펼쳤다. 이 과정에서 4년이 넘은 사건인 만큼, 당시 대화 내역 확보가 어려웠지만 A씨의 회유 정황을 발견하는 등 단서를 잡아내기도 했다.
■ "피해자들 목소리 필요...책임 다하겠다"
김 검사는 이후 공소유지를 직접 맡아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피해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특히 법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밝힐 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섰다. 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피해자들에게 지원 센터와 연계해 법률 도움을 받도록 하거나, 지자체 전세사기 피해 프로그램에 연결하는 등 피해 구제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A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최종 확정됐다.
김 검사는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시키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며 "피해자들이 빼곡하게 작성해 준 탄원서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앞으로도 피해자에 대한 마음 치료와 경제적 피해 회복 센터 연계 등 지원 노력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검사의 적극적 보완수사는 지난해 법무부에서 발표한 '보완수사 우수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워낙 다양한 우수 사례들이 담겨 있고, 저는 일상적인 업무를 한 것이지만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건을 기소하려면 공소사실을 작성하고, 결국 수사 기록을 통해 입증되는 부분들을 한 땀 한 땀 기재하는 것이라 보완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검사는 범죄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검사는 "검사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책임"이라며 "당사자들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족한 입증 자료를 채우고 실체에 다가가기 위한 보완수사가 필수"라고 부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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