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한미 통화스와프 뭐길래…환율 불안 막을 '심리적 방파제'

뉴스1       2026.05.17 06:04   수정 : 2026.05.17 06:04기사원문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3 ⓒ 뉴스1 허경 기자


코로나19 일상 회복으로 환전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위조지폐 발견량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29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정부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패키지의 1호 프로젝트 선정에 나선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대미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달러 수요가 커지며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실제 통화스와프가 이어진다면 환율 불안을 막을 심리적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李 요청으로 다시 수면 위…관세협상 때도 추진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국을 방문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접견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미·중 고위급 실무협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베선트 장관은 이 대통령과 만나 글로벌 공급망과 핵심광물 등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이번 정부가 관세협상 시기부터 지속해서 추진해 온 사안이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3500억 달러 투자 집행을 위해 통화스와프를 요청한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아마 저희가 제안(통화스와프)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 부총리는 지난 3월 국회에 출석해 "저희가 몇 번 (미국 측에) 얘기를 했었는데 미국 반응이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라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상 미국이 통화 스와프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원화 맡기고 달러 조달…환율 불안 낮추는 '신호 효과'

통화스와프란, 두 나라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국은행은 원화를 담보로 미 달러를 조달해 국내 금융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논의는 대미투자 패키지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가 1호 프로젝트 선정에 나서는 등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이행 절차가 본격화하면, 투자 집행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원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이 커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도 앞서 통화스와프 등 안전장치 없이 대규모 현금 투자를 받아들일 경우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에 준하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통화스와프, 환율 심리 안정 효과…대미투자 달러 수요 완충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의 가장 큰 효과로 '심리적 안정'을 꼽는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별개로 대규모 대미투자, 중동발 유가 불안, 글로벌 달러 강세 등이 겹칠 경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유동성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통화스와프는 이때 시장에 "필요하면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장치다.

한국은 이전부터 미국과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경험이 있다. 최근 2020년 코로나19 충격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는 한은을 포함한 9개 중앙은행에 한시적 달러 유동성 라인을 열었고, 한국의 한도는 600억 달러였다.

현재 연준은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 캐나다 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 등 5개 중앙은행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화스와프의 실제 효과는 체결 여부뿐 아니라 규모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대미투자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달러 수요가 큰 만큼,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한시적 스와프만으로는 실제 수급 부담을 모두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스와프의 효과는 결국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심리적 안정 효과가 컸고, 우리나라가 필요할 때마다 연장한 적은 있지만 아주 큰 금액을 한꺼번에 받은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대미투자처럼 대규모 달러 수요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라면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스와프만으로 실제 수급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시장에 안전판이 있다는 신호를 주는 만큼 심리적 안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FIMA 레포 대안도

다만 실제 성사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재무 당국 간 논의만으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라 미 연방준비제도와 맞물려 있다.

특히 상설 달러 스와프 라인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목적 아래 일부 주요 중앙은행에만 제공돼 온 만큼 한국이 이를 새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중동 사태 이후 걸프 지역과 아시아 일부 동맹국들도 미국에 통화스와프 라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미 의회에서 일부 걸프·아시아 동맹국들이 에너지 충격 등에 대응하기 위해 스와프 라인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이 같은 장치가 달러 조달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미국 자산의 무질서한 매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정식 통화스와프 대신 대체 장치를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 교수는 통화스와프가 어려울 경우 한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조달하는 'FIMA 레포'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봤다.
일종의 해외 중앙은행 전용 긴급 창구인 셈이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돼 있다"며 "현실적으로는 우리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활용해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까지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만의 필요라기보다는 미국 또는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 필요에 따라 이뤄진 측면이 크다"며 "결국 어느 정도 규모의 스와프를 받을 수 있느냐가 첫째 문제"라고 짚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