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무역·中은 G2...대만 카드 쥔 채 이어질 미·중 협상
파이낸셜뉴스
2026.05.17 10:32
수정 : 2026.05.17 10:31기사원문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여섯 차례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목표를 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미국산 제품 판매 확대와 무역 성과 확보에 집중한 반면, 중국은 대만 문제와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외교적 위상 강화에 무게를 뒀다.
다만 양국 정상은 더 이상의 정면 충돌을 피하고 협상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확보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대만 문제 관련 협상 카드를 바탕으로 후속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美 "성과" 강조했지만 시장은 냉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정상회담 기간 CNBC 인터뷰에서 "중국이 에너지 구매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알래스카산 에너지는 중국에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중국의 향후 3년간 미국 농산물 구매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보잉 항공기 구매 규모도 당초 거론됐던 500대 수준에 크게 못 미쳤고, 나머지 사안 역시 구체적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세부 사항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추후 협상" 원칙만 확인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지금까지 나온 경제적 성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무역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中, 대만·투키디데스로 'G2 외교' 부각
반면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외교적 존재감을 부각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미·중 관계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대만 문제였다는 점을 직접 드러낸 셈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고,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시 주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중국과 분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 주석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시 주석도 똑같은 질문을 했지만 답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하게 되는 역사적 구조를 의미한다. 중국이 대만 문제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동시에 거론한 것은 미국과 대등한 G2 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담 기간 'G2'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이란 카드로 이어질 후속 협상
양국은 앞으로 무역위원회를 구성해 핵심 품목 관세 인하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이 무역위원회를 통해 관련 제품 관세 인하 문제를 논의하고 동등한 규모로 각자 중요시하는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항공기와 유제품, 소고기, 농산물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역설적으로 양측 모두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대만 문제를, 중국은 미국산 제품 구매와 이란 문제를 각각 협상 지렛대로 확보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대만 무기 판매 승인을 일시 보류하고 있고 그것은 중국에 달려 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칩"이라고 말했다. 약 120억달러 규모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에 대해 명확한 확답을 하지 않으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미국 측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 전쟁 종식 압박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첸 아시아그룹 파트너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미국 국빈 방문 이전에 대규모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한다면 시 주석은 백악관 방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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