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유럽 방산업체 집합…"트럼프 요구 맞춰 무기 더 만들라"
파이낸셜뉴스
2026.05.17 14:23
수정 : 2026.05.17 14:23기사원문
이번주 브뤼셀, 유럽 주요 방산기업 경영진 소집
방공망·장거리 미사일·감시정찰 체계 생산 확대, 신규 투자 계획 점검
유럽 방산업체, 정부 장기 구매계약 부족 문제 삼아
나토는 "기다리지 말고 먼저 투자하라" 메시지
[파이낸셜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럽 방산업체들에 대규모 투자와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와 이란 전쟁 여파에 대응해 유럽의 군수 생산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다음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주요 방산기업 경영진과 회동한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회의에 앞서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 계획과 생산 확대 능력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공 시스템과 장거리 미사일 분야 생산 확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에서는 뤼터 총장이 다수 방산기업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만큼 나토 내부에서 유럽의 군수 생산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는 의미다.
회의에는 라인메탈, 에어버스, 사브, 레오나르도, 사프란, MBDA 등 유럽 주요 방산기업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가 유럽 방산업체들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트럼프의 강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이란 전쟁 지원 과정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왔다.
실제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자는 트럼프의 요구에 합의했다. 나토는 이번 앙카라 정상회의에서 대규모 무기 계약과 생산 확대 계획을 공개해 '5% 증액'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분위기다. 한 당국자는 FT에 "국방비 증액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방산업계의 갈등도 여전하다. 방산업체들은 각국 정부가 장기 구매 계약을 충분히 체결하지 않아 생산 확대에 부담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유럽 각국 정부는 방산업체들이 생산 능력을 충분히 빠르게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유럽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독일은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다만 미 국방부가 독일 내 자국 장비 배치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럽의 자체 무기 개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 국방부는 지난 5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란 전쟁 대응 문제를 놓고 충돌한 직후 나온 조치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미국이 핵심 탄약을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한 점도 유럽에는 충격으로 작용했다. FT는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수년치 핵심 탄약을 소모했다"며 유럽 내 군수 생산 확대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나토는 유럽 회원국들이 GDP 대비 국방비 5%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35년 기준 연간 국방 지출이 2024년보다 총 1조달러(약 1500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이 미국 의존도가 높은 방공망, 장거리 미사일, 정보·감시 체계와 우주위성 분야에서 자체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일부 기업들은 다음 주 회의에서 공장 증설과 인력 확충, 핵심 원자재 확보, 공급망 강화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다른 논의 주제로는 중국·대만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전략 경쟁과 공급망 불안이 유럽 방산 정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나토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동맹 전역의 산업계와 금융기관을 정기적으로 만나 생산과 혁신, 투자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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