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타결 안되면 100조 피해"… 최악상황 대비하는 삼전

파이낸셜뉴스       2026.05.17 18:23   수정 : 2026.05.17 18:23기사원문
파업 장기화땐 차세대 양산 차질
글로벌 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커
웨이퍼 투입 줄이고 라인서 분리
비상관리 체제로 파업 선제 대응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전자는 총파업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비상관리체제에 돌입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이 한 번 멈출 경우 수율(양품 비율) 안정화와 공급망 복구에만 수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으면서 막판 협상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100조원 규모의 직간접 피해는 물론 국가 경제 전반의 충격과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 하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비상관리체제 돌입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D램 생산라인에서는 웨이퍼 보관함(FOUP) 약 1만5000개(웨이퍼 약 36만장)를 전용 물류 장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으로 자동물류시스템이 멈출 경우 제품 손상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신규 웨이퍼 투입량도 줄이는 한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에 대한 생산 비중도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한 번 라인이 멈추면 다시 정상 수율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수율과 생산성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 양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제조 공정이 전면 중단될 경우 최대 100조원 규모의 직간접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정부 당국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견인해온 수출 및 경제성장률 상승세가 즉각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파업 변수 없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지속됐을 때의 전망치다.

업계에서는 생산 차질 자체보다 글로벌 고객사 이탈 가능성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올해 1~4월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1104억달러)를 기록한 반도체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격차를 좁혀온 창신메모리(CXMT)·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메모리 업체에 이번 파업은 글로벌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즌마다 유사한 노사 충돌" 우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는 조금씩 대화 여지를 넓히는 분위기다. 2차 사후조정마저 결렬되면 더 이상의 협의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노조 요구를 일부 수용해 사측 대표교섭위원을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반도체(DS)부문 피플팀장으로 교체했다. 노조도 교섭 과정의 이해도를 위해 김 부사장이 발언 없이 조정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사측 요청을 수용하는 등 한 발짝 물러서며 화답했다.

쟁점은 여전히 성과급 제도 개편이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영업익 15%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 300조원을 고려하면 45조원으로, 반도체 임직원 평균 6억원에 달한다.
반면 사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 10% 수준의 특별포상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상태다. 특히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제도화 대신 특별포상을 통한 유연한 제도화가 가능하고 반도체부문 내 적자 사업부의 경우 실적 개선 시 연봉의 75%로 성과급 상한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이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 논쟁으로 번진 만큼 향후에도 실적 시즌마다 유사한 노사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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