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패권 잃은 '종이호랑이'로 보이나
파이낸셜뉴스
2026.05.17 19:09
수정 : 2026.05.17 19:09기사원문
언론 美中정상회담서 中부각 보도
34년 전 美日정상회담선 日 부각
그후 日은 美의 상대가 되지못해
오늘날 삼성·하이닉스의 신화는
美의 日반도체 제재 덕분에 가능
對中 첨단기술 견제, 韓성장 일조
1992년 1월 부시 대통령이 일본 방문 중 미야자와 총리와의 공식 만찬석상에서 갑자기 구토하면서 졸도한다. 냉전을 통해 소련을 붕괴시키고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부시 대통령은 일본에서는 스타일을 구기고 만다. 세계 주요 언론은 쓰러지는 대통령의 모습을 '욱일승천하는 일본과 쓰러지는 미국'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대서특필한다.
국력을 소진한 미국 대통령이 적자문제를 해결하려고 일본에 구걸하다가 탈진하여 쓰러졌다는 내용이다. 일본 경제는 당시 미국의 80%까지 육박했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만간 경제역전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세계 10대 기업에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는 없었고 7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특히 1등부터 5등까지가 일본 기업이었다. 세계 반도체의 50% 이상, 특히 메모리는 80% 이상을 일본이 제조했다. 반면 미국은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국방비 증액, 강한 달러와 감세 등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재정·무역적자, 소위 쌍둥이 적자로 신음하고 있었다. 당시 미일 정상회담은 미일 역전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중국에서는 미국이 제국주의적 황혼에 접어들었고 미 패권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쇠퇴하고 있으며 미중 역전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다만 중국은 미국이 패권상실기의 강대국으로 영향력 상실에 불안을 느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당히 달래면서 시간 벌기에 나섰다. 750대의 보잉기를 중국에 팔 것이라던 트럼프의 공언과 달리 200대에 머물렀다. 중국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트럼프의 갈팡질팡 행보가 그러한 인식을 증폭시켰고, 그를 싫어하는 대다수 세계 주요 언론들도 부정적으로 보도한다. 우리 언론들 역시 미중 역전의 새로운 시대가 개막된 것처럼 보도한다.
그러나 미국은 황혼의 제국이 아니다.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쇠퇴와 미일 역전을 상징하던 미일 정상회담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 기고만장했던 일본은 미국에 노(NO)라고 말했지만, 역전은 없었다. 현재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4조달러 남짓이지만 미국은 30조달러가 넘는다. 세계 10대 기업에 일본은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미국은 일본 경제를 냉전 시기 소련보다 더 큰 위협으로 보고 이를 부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 결과 일본 경제는 버블붕괴와 잃어버린 30년에 빠졌다.
미국이 중국을 위협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기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첨단반도체를 차단한 때가 분수령이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빅테크들은 여전히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 쇠퇴를 확신하고 있는 듯하지만, 중국 경제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1조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자랑하지만 속빈 강정이다. 중국 제조업은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고, 덤핑으로 전 세계 무역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중국의 첨단무기들은 이란에서 속수무책 먹통으로 당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기술과 군사력은 넘사벽이다. 세계은행이 2014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 했지만, 76%를 피크로 그 격차는 오히려 60%대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경제를 죄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중국시대가 도래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한국은 미국의 대응에서 반사이익을 얻어왔다. 미국의 압박으로 일본이 메모리반도체를 포기함으로써 오늘날 삼성과 SK하이닉스 신화가 가능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없었다면, 갤럭시는 세계 1등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대중 견제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밉다고 한국의 위치를 망각하지는 말자.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전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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