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학습효과

파이낸셜뉴스       2026.05.17 19:12   수정 : 2026.05.17 19:39기사원문



예고됐던 대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됐다. 연초부터 대통령까지 나서서 5월 10일 이후에는 감면혜택이 중단될 것이라고 얘기했으니 정부도 시장도 대응을 할 만큼은 한 것 같다. 다만 양도세 중과 이후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 양측의 견해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간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과거 부동산시장의 학습효과가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양도세가 중과된 것은 2018년과 2021년이다. 두차례 모두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이를 안정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첫번째 양도세 중과 직전에는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두번째는 초저금리로 서울·수도권 집값이 치솟자 이른바 '패닉바잉'이 나타났던 시기였다. 재미있는 것은 두차례 모두 '부동산 투기'를 거론한 점이다. 2018년에는 정부 발표의 제목 자체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었고, 2021년에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서민·실수요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급부족 우려와 '똘똘한 한 채' 열풍에 주택시장은 급등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X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비난하며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한 것만 10여차례다. 양도세 중과가 이뤄진 발단이 비슷한 셈이다.

2018년과 2021년 주택시장의 전개도 유사하게 흘렀다.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 급매물 출회→시행 후 거래절벽→매물잠김→집값 상승이라는 패턴이 두차례 모두 나타났다. 이 부분이 주택시장에서 얘기하는 학습효과의 핵심이다. 실제로 2018년과 2021년 모두 서울 아파트 가격의 연간 상승률이 8%를 넘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는 다르다'는 게 정부의 스탠스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10일 X에 올린 글에서 "매물잠김 우려가 과거 정부의 경험을 근거로 하는데 국민주권정부는 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거 정부와의 차별화는 금융, 세제, 공급 등 경제적 유인 구조를 전면 재설계해 부동산 불로소득에 기대는 경제구조에서 생산적 경제구조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통화, 금융 등 거시경제 운용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 부동산시장 안정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번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방식이 다르다'고 했다. 양도세 중과시대를 여는 포고문이었지만 시장에서 호응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솔직히 과거 정부와 뭐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실제로 흘러가는 분위기는 정부로서도 위기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만3360건이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5월 17일 8만4843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물은 2만건 넘게 줄어들었다. 팔 사람들은 다 팔아버리고, 증여할 사람들은 다 증여해 준 상황이라 매물잠김이 절정에 이르면 5만건대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매물절벽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끄집어내기 위해 꺼냈던 실거주 유예를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허용해줄 정도다. 정부는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갭투자 허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양도세 중과의 결론을 얘기하는 것은 이르지만 상황이 심상찮은 것은 분명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용산, 성동 등 주간 아파트 가격 기준 하락했던 지역들이 연이어 상승 반전하더니 지난주에는 25개 서울 자치구 모두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때 0.05%까지 하락했던 서울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8%까지 치솟았다. 양도세 중과를 전후로 하는 흐름이 과거 정부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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