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SK하닉 320주 있잖아" 점심마다 체할거 같은 직장인 "연봉얘기보다 듣기 싫네요"

파이낸셜뉴스       2026.05.19 11:02   수정 : 2026.05.19 13:35기사원문
연봉 올라봤자 5%, 주식은 하루 몇백만원
직장인들 사무실 대화도 주식계좌 수익률
'삼전닉스 있는 자와 없는 자'로 희비 갈려



[파이낸셜뉴스]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직장인들의 비교 대상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봉과 성과급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누가 어떤 종목을 들고 있었는지가 점심시간 대화에 오른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투자 성과에 따라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연봉보다 계좌가 더 부럽다"는 말도 나온다.

점심시간에 열린 주식 계좌 이야기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사 점심 자리에서 주식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한 동료는 SK하이닉스 수익률을 말했고, 다른 동료는 삼성전자 추가 매수 시점을 이야기했다. A씨는 "월급은 비슷한데 누구는 몇 달 새 연봉만큼 벌었다고 하니 허탈했다"며 "성과급보다 계좌 수익률 얘기가 더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식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다만 최근 장세에서는 대화의 무게가 달라졌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장중 8000선을 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흐름을 좌우하는 장세가 이어지면서다. 주식을 갖고 있던 사람과 지켜만 본 사람, 고점에 따라붙은 사람의 표정도 달라졌다.

한 40대 직장인은 "예전에는 어느 부서가 성과급을 많이 받았는지가 부러웠는데 요즘은 주식 잘 산 사람이 더 부럽다"며 "월급은 1년에 조금 오르는데 주식은 며칠 만에 몇 천만원 차이가 날 수 있으니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고 했다.

8000 찍은 날, 개인은 7조원 넘게 샀다


직장인들이 계좌를 더 자주 보게 된 배경에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있다. 지난 15일 코스피는 장중 8046.78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6일 7000선을 넘은 뒤 7거래일 만이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코스피는 같은 날 전 거래일보다 488.23포인트(6.12%) 내린 7493.18로 마감했다. 오후에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외국인은 5조6607억원, 기관은 1조7347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7조2308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물량을 받아낸 만큼, 사무실 안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싸게 살 기회"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떨어질까 봐 손(매수)이 안 나간다"는 사람도 있다.

30대 직장인 B씨는 "동료가 '빠질 때 사야 한다'고 말하는데 막상 내 돈이 들어가면 겁이 난다"며 "안 사면 뒤처지는 것 같고, 사면 물릴 것 같아 계속 앱만 본다"고 말했다.

수익 자랑은 크게 들리고 손실은 조용


상승장에서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수익을 낸 사람들의 말이다. 손실을 본 사람은 대체로 말을 아낀다. 그래서 사무실에서는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돈을 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직장인은 "수익률 캡처는 단체방에 올라오지만 손실 인증은 잘 안 한다"며 "그걸 알면서도 나만 못 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는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월급이 작아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투자 성과가 직장 안의 비교 감정을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봉은 직급과 경력에 따라 어느 정도 범위가 보인다. 반면 주식 수익은 매수 시점과 종목에 따라 단기간에 크게 갈린다. 같은 팀에서 같은 일을 해도 계좌 잔고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대형주 쏠림도 비교를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끈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직장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거론됐다.

빚투까지 따라붙은 비교


계좌 비교가 투자 부담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직장인은 급등장을 놓쳤다는 생각에 빚을 내 투자하는 방식까지 고민한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손실과 이자 부담이 함께 커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증시 주변자금과 신용거래 증가를 함께 보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늘고 개인 순매수가 커지는 흐름은 시장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지만, 급락장에서는 반대매매와 손실 확대 위험도 커진다.

직장인 C씨는 "월급으로만 모으면 너무 느린 것 같아 신용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 지난주 급락을 보고 나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인지 다시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주식 이야기가 회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투자하지 않는 사람도 영향을 받는다. 회의 전, 점심시간, 퇴근길에 이어지는 종목 이야기는 정보 공유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압박이 된다. 수익률을 말하는 사람은 가볍게 꺼낸 얘기라도 듣는 사람은 자신의 월급과 저축 속도를 다시 계산하게 된다.

월급쟁이의 새 비교 대상


직장인에게 월급은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소득이다. 하지만 상승장에서는 월급보다 계좌 변동폭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 달 급여보다 하루 주가 등락이 더 커 보이는 장면도 나온다.

A씨는 최근 주식 앱 알림을 줄였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주가 알림이 오면 집중이 깨진다"며 "동료 계좌 이야기를 듣고 나면 괜히 내 월급이 작아 보인다"고 했다.


상승장에서도 직장인들의 표정은 같지 않다. 이미 오른 종목을 들고 있는 사람은 추가 상승을 기대하지만, 뒤늦게 들어간 사람은 하루 등락에도 앱을 여러 번 확인한다. A씨는 "회사에서는 다들 돈 번 얘기만 하는 것 같은데, 막상 내 계좌는 그렇지 않다"며 "월급은 그대로인데 남들 계좌만 빨리 커지는 느낌이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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