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김홍국式 해운 투자하나…대한해운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2026.05.20 06:59
수정 : 2026.05.20 08:22기사원문
외형은 꺾이는데 이익률은 개선
3945억 현금 적절한 사용 필요성
팬오션은 VLCC 등 적극적 투자
[파이낸셜뉴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다시 해운 투자에 방점을 찍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1970년대 전라도에서 양계업 동료로 출발해 40여 년이 지난 지금 해운업에서 맞붙는 라이벌로 불리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팬오션)과의 행보가 자연스레 비교되면서다.
실제 팬오션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신조 발주와 대규모 인수 등 공격적 선대 확장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반면, 대한해운은 외형이 정점을 지난 이후 현금의 '적절한 사용'이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대한해운의 영업이익은 2025년 2072억원에서 2026년 2467억원으로 개선될 전망이고, 영업이익률도 2026년 22.0% 수준이 제시됐다. 올 1·4분기에도 매출 27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16.2% 늘며 컨센서스(548억원)를 36% 상회했다. '질(이익)'은 좋아지는데 '양(외형)'은 커지지 않는 구조다.
대한해운이 전용선(장기계약) 비중을 높여 실적 안정성을 확보한 대가로, 스팟(단기) 시황 강세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대한해운의 전용선 매출 비중이 78%에 달한다고 짚었다. 벌크선과 MR탱커 스팟 시황이 강세를 보여도 이를 그대로 실적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이 구조적 한계라는 의미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물동량 수요 훼손과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현 국면에서는 대부분의 계약에서 유류비 상승분 전가가 가능한 대한해운의 이익 방어력이 상대적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해운의 선택지를 키우는 게 현금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1·4분기 말 기준 대한해운의 축적된 현금이 3945억원에 이르며, 국내 해운사들이 인수합병(M&A)과 신조 발주로 선대를 늘리는 흐름 속에서 '현금의 적절한 사용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현금은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대한해운은 2024년부터 2025년 1·4분기까지 VLCC 4척 등 노후선박 11척을 약 6800억원에 매각해 잉여자금을 확보하고 재무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부채비율은 156%에서 75.8%로 급감했고, 순차입금도 1조원 넘게 줄었다. 쉽게 말해 낡은 배를 팔아 곳간을 채운 뒤 다음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금이 많다고 곧바로 대규모 투자가 정답은 아니다. 대한해운은 그동안 '극도의 리스크 회피 전략'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도 실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사업 구조를 지향해 왔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LNG 운반선 4척에 대한 장기대선계약, FUELNG와 LNG 벙커링선 1척에 대한 장기대선계약 등 안정적 수익원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 대한해운의 DNA에 가깝다. 공격적으로 베팅해 외형을 키우는 순간, 그동안 시장이 부여해온 '안정 프리미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팬오션은 최근 행보가 대한해운과 정반대다. 팬오션은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VLCC 4척을 총 7834억원 규모로 신조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자기자본의 13.7%에 해당하며, 29일 건조 계약을 체결해 2030년 11월까지 인도받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올 2월에는 SK해운이 보유한 VLCC 10척을 약 973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에 VLCC 2척을 발주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중국 조선소에 1척을 추가 발주하는 등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탱커 사업 확대 의지는 뚜렷하다. 팬오션의 운영 선대는 약 290척 규모로 확장됐고, 벌크선 중심이던 포트폴리오에 탱커·LNG·컨테이너를 고루 편입하며 종합 해운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가는 대한해운이 무리하게 스팟 노출을 키우기보다는, 자신 있는 분야에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최 선임연구원은 국내 화주의 LNG 운송 계약 입찰이 나올 경우 대한해운이 쉘 등과의 장기대선 운영 레퍼런스를 보유해 수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즉 현금 3945억원은 '확장'보다 '선별 투자'에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