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무단입산이 부른 야간 헬기 구조… 제주 관광 '출입통제 사각지대' 다시 경고

파이낸셜뉴스       2026.05.19 15:07   수정 : 2026.05.19 15:07기사원문
싱가포르 관광객 출입통제구역 입건
명승 제77호 산방산, 2031년까지 공개 제한
2023년 조난·2025년 등산앱 무단입산도 적발
낙석·추락 위험에 구조 인력·장비 반복 투입
관광객 안내·온라인 등산정보 관리 강화 과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산방산 출입통제구역 무단입산이 또다시 야간 구조 상황으로 이어졌다. 국가유산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지만 일부 관광객과 등산객의 무단 진입이 반복되면서 제주 관광의 안전관리와 안내 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 A씨(68)는 지난 18일 오후 4시30분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일원 출입통제구역에 허가 없이 들어간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등산 목적으로 산방산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오후 7시10분께 "외국인이 산방산에서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과 소방이 야간 수색에 나섰다. 소방헬기와 경찰·소방 인력이 투입됐고 오후 9시55분께 A씨를 발견해 구조했다. A씨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로 자치경찰에 신병이 인계됐다.

산방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 산방산은 2011년 6월 30일 명승 제77호로 지정됐으며 지정 면적은 100만3165.7㎡다. 국가유산 분류상 자연유산이자 문화경관에 해당한다.

출입 제한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오름 관련 계획에는 산방산이 훼손 방지를 위해 2012년부터 2031년 12월 31일까지 공개 제한 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일반인은 산방굴사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출입통제는 관람 불편을 주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산방산은 급경사와 암벽 지형이 많고 낙석과 추락 위험이 높은 곳이다. 길이 뚜렷하지 않은 구간에 무단 진입하면 짧은 시간 안에 조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야간에는 위치 확인과 구조 접근이 어려워 헬기와 다수 인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사건을 단발성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방산 무단입산은 이미 반복된 문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지난해 3월 모바일 등산앱에 표시된 산방산 등산경로를 따라 출입통제구역에 들어간 50~60대 등산객 9명을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산방산 제한구역에 입산했고, 일부는 등반 후기를 등산앱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수사는 2023년 9월 산방산 출입제한구역에서 길을 잃고 비박했다가 헬기로 구조된 50대와 60대 여성 2명이 처벌받은 사건을 계기로 진행됐다. 무단입산이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구조 인력 투입과 국가유산 훼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는 출입통제구역이라는 정보가 현장에서만 관리돼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관광객은 현장 안내판보다 온라인 지도, 등산앱, SNS 후기, 외국어 블로그를 먼저 본다. 누군가 올린 '등반 성공' 후기는 금지구역을 마치 숨은 명소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번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언어 안내와 플랫폼 정보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제주 관광의 흐름도 달라졌다. 단체관광보다 개별관광이 늘고, 관광객은 스스로 일정을 짠다. 한라산과 오름, 해안절벽, 숲길, 비공개 명소를 찾아가는 수요도 커졌다. 그러나 자연·문화유산 지역은 '예쁜 사진을 찍는 곳'이기 전에 보전과 안전의 규칙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무단입산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다. 조난이 발생하면 당사자는 물론 구조대원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야간 산악 구조에는 헬기와 소방·경찰 인력, 장비가 투입돼 다른 긴급 상황 대응 여력에도 부담을 준다.

국가유산 훼손 우려도 뒤따른다. 산방산은 지질·경관·생태 가치가 결합된 명승으로, 무단 등반 과정에서 암벽과 식생이 훼손될 수 있다. 통제구역 안에 비공식 길이 생기면 훼손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사고와 구조가 반복되면 제주 자연관광의 신뢰도도 흔들릴 수 있다. 출입통제구역 안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인식은 관광객 안전 관리와 외국어 안내 체계 전반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현행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허가 없이 출입통제구역에 들어간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벌 조항이 있는 것은 무단출입이 단순한 질서 위반이 아니라 국가유산 보호와 안전관리 체계를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자치경찰의 과제는 단속만이 아니다. 현장 출입금지 안내를 외국어로 더 분명히 하고, 주요 관광 플랫폼과 등산앱에 통제구역 정보를 반영하도록 협의해야 한다.
SNS에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무단입산 후기와 비공식 등반 경로도 관리 대상이 돼야 한다. 통제구역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약·관광안내·렌터카·숙박 단계에서 안전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송행철 서귀포지역경찰대장은 "산방산 출입통제구역은 문화유산 보호와 안전을 위해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며 "무단출입은 구조 인력과 장비 투입으로 이어지는 만큼 관광객과 도민 모두 출입금지 안내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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