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르무즈해협 개방 적극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2026.05.19 18:09   수정 : 2026.05.19 18:33기사원문
우리 국적선박 20여척 갇혀있어
나무호도 미상의 비행체에 피격
해양수송로 의존 한국에 큰 타격
선진 강대국 반열에 도달한 한국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임무 확대
中日과 국제질서 안정 앞장서야

한국이 경제력이나 군사력 수준에서 이미 중견국 혹은 그 이상의 선진 강대국 반열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많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한국이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중견국 반열에 도달하였다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국제질서 안정을 위해 국제기구 등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서울대 이근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의 위상에 도달하였고, 대외적으로 적극적인 강대국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세대 백우열 교수도 최근 저서를 통해 한국이 역내 강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대외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국가이익에도 부합하고 피크 코리아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증진된 국가적 역량을 사용하여 국제질서 안정에 기여하는 대외정책 추진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월 28일부터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대이란 전쟁이 그 최근 사례이다. 잘 알려진 바처럼 미국 등의 공세에 직면한 이란은 반격작전의 일환으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매일 80여척의 유조선들이 항행하면서 세계 원유와 가스 공급의 20%의 운송로로 이용되던 호르무즈해협이 이미 두달째 봉쇄되었고,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엄습해오고 있다. 해협 안쪽에 한국 국적의 선박 20여척을 포함한 각국 500여척의 함선이 갇히면서 급기야 HMM 나무호가 '미상의 비행체'에 피격되어 선체가 파손되는 피해를 겪기도 하였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상태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부터 한국과 일본·중국·영국·프랑스에 함선 파견을 요청하였고, 나무호가 피격된 직후인 5월 4일과 5일에도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해협 개방을 위해 한국 등의 참가를 재요청하였다. 이와 별도로 지난 4월 2일에는 영국의 이베트 쿠퍼 외교장관 주재로 40여개국 외교장관이 화상회의를 갖고 이란에 조속한 해협 개방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한국 조현 장관도 이 회의를 통해 여타 국가들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요청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해 우리가 수세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필자는 한국이 스스로의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한 해양수송로 가운데 하나인 호르무즈해협의 개방과 자유항행 회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으로는 이미 2009년부터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퇴치 작전을 벌이고 있는 청해부대의 활동범위를 호르무즈해협 방면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고, 2011년부터 아랍에미리트에 주둔하고 있는 아크부대의 임무나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적극적 대응 과정에서 동맹국 미국은 물론 42척의 선박이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갇혀 있는 일본이나 원유수입의 30% 이상을 호르무즈해협 통과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도 공동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아덴만에 해적퇴치를 위한 함선들을 파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공동협력을 제안할 경우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적극적 대응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묶여있는 20척가량의 한국 국적 선박들의 안전항행과 선원들의 신변보호를 위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세계에 보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거듭 함선 파견을 요청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의 요청에도 부응하게 되어 한미동맹의 글로벌 역할 확대에도 부응할 수 있고, 일본이나 중국과의 해양협력이 성사될 경우 2010년대부터 제도화되고 있는 한중일 협력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조선업 분야 세계 2위의 실력을 갖고 있고, 수출입 물량의 99% 이상을 해양수송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국제적 해양수송로의 안전항행 확보는 경제적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미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견하고 있고, 믈라카해협의 안전항행을 위해 설치된 싱가포르 소재 정보융합센터에도 해군 요원을 주재시키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대표적 국제 해양기구들인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과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장을 배출하면서 자유항행의 원칙을 위한 규범 수호와 국제 해양협력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대한민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는 것은 글로벌 책임국가를 표방한 우리 정부의 국가비전에도 부합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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