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실수? 곪았던 게 터졌다"…정용진 회장까지 번진 스벅 '탱크데이' 참사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3:21
수정 : 2026.05.20 14: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사태가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신세계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오너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표이사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무너진 내부 시스템과 정 회장의 과거 정치적 발언까지 재소환되며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우연의 일치?...선 넘은 마케팅과 성난 여론
이는 과거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명백히 연상시키는 표현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프로모션 이미지에 강조된 숫자 '7'과 텀블러 용량 '503㎖'까지 특정 정치적 의미와 연결 지으며 의구심을 표출했다.
사태 초기 스타벅스는 행사명을 '탱크텀블러데이'로, 문구를 '작업중 딱'으로 조용히 수정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행사를 취소했다.
정용진 회장은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기획 담당 상무를 즉각 경질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비판은 매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막장 행태"라며 강력히 비판한 데 이어,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스타벅스 카드를 자르는 영상을 올렸다.
사태의 본질은 무너진 검수 시스템과 '굿즈' 집착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실무자 개인의 일탈이 아닌, 스타벅스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무너진 내부 검수 시스템이 지목된다. 대형 브랜드의 마케팅 콘텐츠는 여러 단계의 승인을 거치지만, 이번 '탱크데이' 기획안은 이커머스팀 내부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됐다. 실무자의 역사의식 부재를 차치하더라도, 이를 걸러내야 할 데스킹(승인) 라인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본업인 식음료보다 단기 수익을 좇는 '굿즈 마케팅'에 과도하게 치중한 경영 전략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스타벅스의 굿즈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10%(연간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1년에 수백 건의 행사를 쫓기듯 진행하다 보니 2022년 발암물질 서머 캐리백 사태, 2023년 미니 가습기 리콜에 이어 이번 참사까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매운동, 신세계 계열사까지 '불똥'
소비자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사태가 정용진 회장의 기존 이미지와 겹쳐 폭발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불매운동도 번지고 있다. SNS에는 스타벅스 텀블러와 머그잔을 망치로 부수는 인증 영상이 줄을 잇고 있으며, 타격은 스타벅스를 넘어 이마트, SSG닷컴 등 신세계그룹 전 계열사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은 신세계그룹은 사태 경위의 철저한 조사, 전 계열사 마케팅 검수 과정 재점검, 임직원 대상 엄격한 역사의식 교육 등을 약속하며 사태 수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망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뼈깎는 쇄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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