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아무도 없는데, 시끄럽다 항의"…'층간소음 가해자' 누명 쓰고 살해된 父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0:18
수정 : 2026.05.20 16: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구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을 빚던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아랫집 주민에게 흉기 40차례 찔려 살해된 아버지
당시 A씨는 피해자가 타고 내려오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미리 준비해온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현행범 체포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 측은 층간소음을 유발한 사실이 없다고 억울해 했다. 피해자의 딸인 B씨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2023년 5월 해당 아파트로 이사하자마자 아랫집 A씨로부터 "욕실에서 물소리가 난다", "내가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할 때마다 보복 소음을 내는 것 같다"는 항의를 받았다.
이에 B씨 가족은 "주의하겠다"고 사과했고, 바닥 전체에 방음 매트를 설치했다. 그런데 A씨는 B씨 가족이 모두 외출한 날에도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방에 방음 부스까지 설치했다며 B씨 집은 물론, 옆집과 아랫집에도 예민하게 군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못한 B씨는 지난해 5월 경찰을 불러 층간소음을 측정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집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체불명 소음의 정체는 아파트 배관으로 추정
A씨를 괴롭힌 정체불명 소음은 아파트 배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관리사무소 측은 "아파트 지하에서 26층까지 이어지는 배관이 중간(10층~14층 사이에)에 끊겨 있어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놨다.
B씨는 13층에 거주, A씨는 12층에 거주하고 있어 소음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계속해서 B씨 집에서 나는 층간소음이라고 주장했고, 범행 당일 B씨 부친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흉기로 급습해 살해했다.
'층간소음 유발자' 2차 가해에 더 힘겨운 유족
가족을 잃은 유족을 더 힘들게 한 건 온라인상에서 2차 가해였다. 층간소음 살인사건으로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이 A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남긴 것이다.
이에 B씨는 "아버지는 평생 가장으로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너무 억울한 '층간소음 가해자'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다"며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억울함이 밝혀지고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자해를 시도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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