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억원 API 공급 딜 따낸 유한양행 "빅파마 공급망 정조준"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0:35
수정 : 2026.05.20 10:35기사원문
길리어드와 2102억원 API 공급계약 체결
유한양행, '신약회사' 넘어 CDMO 존재감↑
유한화학 증설 "공급망 재편 수혜 노린다"
[파이낸셜뉴스] 유한양행이 글로벌 원료의약품(API) 사업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와 대형 공급계약을 연이어 따내면서 국내 신약개발 회사를 넘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플레이어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제약업계가 중국 중심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급선 다변화에 나선 가운데, 유한양행이 품질과 생산 안정성을 앞세워 전략적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20일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약 2102억원 규모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말까지다.
길리어드는 HIV와 항바이러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글로벌 빅파마로 엄격한 품질 기준과 공급 안정성을 요구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이번 수주는 유한양행의 생산 역량과 글로벌 규제 대응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됐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유한양행은 최근 2년 사이 글로벌 API 사업 확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브릿지바이오파마와 약 560억원 규모 심근병증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HIV 치료제 분야에서도 잇단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유한양행 해외사업 매출은 지난 2023년 2400억원에서 2024년 3100억원, 지난해 3800억원 수준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해외사업 매출도 1000억원을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21.4%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 해외사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CDMO 사업 확대를 꼽는다. 기존 제네릭 원료의약품 시장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반면, 혁신신약 기반 API CDMO 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최근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생산보다 외부 전문기업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과 팬데믹 이후 공급망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 CDMO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합성신약 API CDMO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4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의 강점으로는 축적된 합성 기술력과 글로벌 수준의 품질 관리 체계가 꼽힌다. 회사는 200개 이상의 합성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 FDA, 유럽 EDQM, 일본 PMDA 등 주요 규제기관 기준에 맞춘 cGMP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생산은 100%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맡고 있다. 1980년 설립된 유한화학은 현재 안산공장과 화성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약 99만5000L 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증설도 본격화됐다. 유한화학은 화성공장 내 HC동 증설을 진행 중이며 2027년 하반기 완공, 2028년 상업 생산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는 단순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과 품질 일관성이 훨씬 중요하다"며 "유한양행은 국내 전통 제약사 가운데 드물게 글로벌 수준 API 생산 경험과 규제 대응 능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한양행은 현재 '글로벌 톱50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혁신신약과 CDMO 사업을 양대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렉라자 등 신약 사업이 기업 가치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면, API CDMO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수익 기반을 담당하는 구조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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