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6년간 짬짜미'…제분업계 담합에 공정위 사상 최대 6710억원 과징금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2:00   수정 : 2026.05.20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제분사의 장기간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약 6년간 밀가루 공급가격과 공급 물량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 담합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농심·팔도·풀무원 등 주요 식품업체를 상대로 공급가격 인상 폭과 시기, 공급 순위와 물량 등을 사전에 조율했다. 중소형 거래처와 대리점 대상 가격도 함께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과 물량을 합의했고, 담합 기간 동안 대표자급과 실무자급 회의를 55차례 진행했다.

담합은 국내 제분업계 경쟁이 격화된 이후 본격화됐다. 2018년 말 대한제분이 농심 공급 물량을 공격적으로 확보하자 경쟁사들이 시장 질서 불안을 우려했고, 이후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이후 담합은 일부 대형 거래처에서 전체 거래처와 전 제품군으로 확대됐다.

특히 이들은 국제 원맥 가격 상승기에는 가격 인상을 신속히 반영하고, 반대로 원맥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 인하를 최소화하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시장을 통제했다. 실제로 농심 등이 원맥 가격 안정에 따른 납품가 인하를 요구했을 때도 제분사들은 최소 인하 폭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밀가루 가격 안정 지원 정책이 시행된 기간에도 담합은 이어졌다. 정부는 2022년 하반기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 대응해 제분업체들에 총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업체들은 가격 인상 담합을 지속했다.

담합 효과도 뚜렷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제분사들의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시작 시점인 2019년 말보다 최대 74% 상승했다. 또 상위 업체와 하위 업체 모두 담합 이후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의 관련 매출액은 5조6900억원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이 1830억9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제분 1792억7300만원, CJ제일제당 1317억100만원, 삼양사 947억8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800만원, 한탑 242억9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800만원 순이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적용해 산정하며 이번 사건은 15%의 기준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가격 변경내역 보고명령 등 총 7개 시정명령도 부과했다. 공정위는 올해 1월 검찰 고발 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 조치도 이미 완료했다.

남 부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시장점유율 90%에 이르는 제분사들의 6년간 밀가루 담합을 적발·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조치를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가계 부담 완화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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