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날파리가 아른아른, 실명 전조증상이라고?" 발견후 1주일이 골든타임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9:00
수정 : 2026.05.20 1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처음엔 눈앞에 먼지 같은 게 떠다니길래, 나이 드니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한쪽 눈에 그늘이 진 것처럼 어두워지더라고요."
주부 이모(63·여)씨는 몇 달 전부터 눈앞을 떠다니는 까만 점들이 신경 쓰였다. 침침해진 눈에 노안이 깊어진 탓이거나 단순 피로 때문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불을 끈 방에서도 눈앞이 불꽃이 튀듯 빛이 번쩍이거나 한쪽 눈 바깥쪽 시야가 검은 커튼을 친 듯 가려 보이는 등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망막박리는 실명 부르는 응급질환
망막은 안구 가장 안쪽에 붙어 빛을 받아들이는 신경 조직이다.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한다.
이 망막이 벽지 뜯어지듯 안구 내벽에서 들뜨는 질환이 바로 망막박리다.망막이 떨어져 나가면 시세포로 가는 영양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다. 방치하면 결국 실명에 이르는 응급 질환이다.
망막박리는 대부분 망막에 구멍이 뚫리는 '망막열공'에서 시작된다. 눈 속을 채운 젤리 형태의 유리체가 노화로 인해 액체로 변하면서 망막을 잡아당겨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액체가 흘러들어 망막을 들뜨게 한다.
노화만이 원인은 아니다… 고도근시 20~30대도 위험
유리체의 성상 변화를 야기하는 가장 절대적인 요인은 노화인 만큼 망막박리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망막박리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11만800명 중 50대가 2만6800명(24.2%), 60대가 2만6500명(23.9%)으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대의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이다. 20대 환자 비중은 전체의 13.1%에 달해, 30대(10.4%)를 제쳤을 뿐 아니라 노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인 40대 환자 비중(13.7%)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근시'다. 근시가 심할수록 안구의 앞뒤 길이가 길어지는데, 그만큼 안구 안쪽을 덮고 있는 망막도 팽팽하게 당겨져 한계치까지 얇아진다. 얇아진 망막은 작은 충격이나 유리체의 변화에도 쉽게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 망막박리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 눈에 가해진 외상이나, 눈을 세게 자주 비비는 습관, 라식·라섹 등시력교정술·백내장 수술 등 눈 수술 등도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날파리·번쩍임·검은 커튼… '이런 증상 있으면 의심해야'
망막박리는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는 식으로 오지 않는다. 결정적 전조증상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흔한 초기 신호는 눈앞에 점이나 하루살이 같은 물질이 떠다니는 '비문증(날파리증)'이다. 시선을 돌리는 방향을 따라 이 물질들이 끈질기게 따라붙는 특징이 있다.
눈을 감거나 어두운 곳에 있어도 번개나 불꽃이 치듯 빛이 번쩍이는 '광시증' 역시 망막이 자극받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시야 장애'가 발생한다. 마치 검은 커튼을 친 것처럼 주변부 시야부터 서서히 캄캄해지기 시작한다. 이 증상이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중심부(황반)까지 파고들면 돌이킬 수 없는 실명 단계에 진입한다.
'발견 후 1주일'이 골든타임…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
망막박리는 철저히 시간 싸움이다. 의학계가 제시하는 골든타임은 '발견 후 1주일 이내'다.시력의 핵심인 황반이 안구 벽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기 전에 손을 써야 예후가 좋다.
증상 초기이고 박리 범위가 국소적이라면 레이저 치료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황반부까지 침범했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은 안구 바깥에서 실리콘 밴드로 눈을 조여 구멍을 메우는 '공막돌륭술', 안구 내부의 유리체를 걷어낸 뒤 가스를 주입해 망막을 제자리로 밀어 밀착시키는 '유리체절제술' 등이 시행된다.
다만 수술이 잘 되어도 기존의 시력을 회복하긴 어렵다. 한 번 손상된 시세포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시력 저하나 왜곡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결국 최선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다. 고도근시 환자라면 젊은 층이라도 예외 없이 연 1회 안과 검진을 받고, 노화가 시작되는 중장년층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검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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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