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전기 '직거래'로 수소 만든다… 제주, 그린수소 경제성 시험대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4:40   수정 : 2026.05.20 14:39기사원문
행원 수소시설-연안풍력 직접 PPA 도입
상용 그린수소 생산시설 국내 첫 사례
3.3MW 생산시설에 3MW 풍력 전기 공급
전력시장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용
전력비 절감·청정수소 인증 기반 확보
출력제한 해법으로 분산에너지 모델 주목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풍력 전기를 수소 생산시설에 직접 공급하는 전력 직거래가 시작된다. 바람이 만든 전기를 전력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수소 생산에 쓰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문제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함께 풀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6월부터 제주시 구좌읍 행원 그린수소 생산시설과 행원 연안풍력발전 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도입한다.

그린수소 상용화 생산시설에 PPA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국내 첫 사례다.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는 6월 거래 개시를 목표로 계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PPA는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를 직접 사고파는 계약이다. 이번 계약이 이뤄지면 행원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같은 지역에 있는 행원 연안풍력발전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다.

행원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3.3MW 규모다. 행원 연안풍력발전은 3MW 규모다. 두 시설은 같은 행원 지역에 있다. 에너지공사 변전실을 통해 연계돼 있다.

그동안 행원 생산시설은 풍력 기반 그린수소를 생산해 왔다. 2023년부터 인근 풍력단지와 같은 접속점을 활용했다. 다만 발전기와 생산시설을 묶는 별도 PPA는 없었다. 제도상으로는 한국전력 계통전력을 구매하는 구조였다.

이번 직접 PPA는 이 틈을 메운다. 풍력발전과 수소 생산을 물리적 연계에 그치지 않고 계약 단위에서도 연결한다. 풍력 전기로 수소를 만든다는 제도적 근거가 더 분명해지는 셈이다.

핵심은 전력비다. 수소 생산비에서 전기요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전기를 싸고 깨끗하게 확보할수록 그린수소의 경제성도 높아진다.

직접 PPA는 이 구조를 바꾸는 장치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계약을 맺는다. 전기사용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을 명확히 확보할 수 있다. 수소 생산시설 입장에서는 전력 조달비를 낮출 여지도 생긴다.

제주가 직접 PPA를 택한 배경에는 출력제한 문제가 있다. 제주에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전력 수요보다 발전량이 많아지는 시간대에는 전기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을 줄이는 일이 생긴다.

그린수소는 이 전기를 다른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이다. 남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수소는 버스와 청소차, 발전, 산업용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전기를 수소로 바꾸는 에너지 저장 방식이다.

이번 계약이 출력제한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에서 만든 재생에너지를 지역 안의 새 수요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발전소와 수소 생산시설을 가까운 곳에서 묶으면 송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력비 절감과 수소 생산단가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는 직접 PPA, 제3자간 PPA, 분산특구 PPA를 비교했다. 최종 선택은 직접 PPA였다. 부족한 전력은 전력시장에서 직접 살 수 있고 전력비 절감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제3자간 PPA는 한전을 거쳐 거래하는 방식이다. 제도 안정성은 높지만 부족 전력 구매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분산특구 PPA는 부가요금 감면 등 장점이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라 혜택과 추진 일정이 불확실하다.

직접 PPA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청정수소 인증이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으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적어야 한다. 전기분해 방식이라도 어떤 전기를 썼는지가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조달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그린수소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제주도는 행원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국내 1호 청정수소 인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직접 PPA는 그 인증을 뒷받침하는 전력 조달 구조가 될 수 있다.

거래를 중개할 사업자는 5월 중 공모로 정한다. 대상은 도내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다. 제주도는 기술 능력과 중개 수수료를 함께 평가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제주 에너지 전환의 방향도 보여준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만든 전기를 어디에 쓸지, 어떻게 저장할지, 어떤 가격 구조로 연결할지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제주는 풍력과 태양광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동시에 전력망이 섬처럼 운영되는 특성이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빨라질수록 출력제한과 계통 안정 문제가 커진다. 수소 생산은 이 구조를 풀 수 있는 산업적 해법 중 하나다.

행원 사례가 자리를 잡으면 적용 범위는 넓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인근에 수소 생산시설, 전기차 충전시설, 데이터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전력 수요를 붙이는 방식이다.
지역에서 만든 전기를 지역에서 쓰는 분산에너지 모델과도 맞닿아 있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직접 PPA는 제주의 바람 자원을 수소 생산과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첫 사례"라며 "전력비 절감과 청정수소 인증 기반을 함께 확보해 제주 그린수소 산업의 경제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출력제한으로 버려질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제주를 그린수소와 분산에너지 실증의 선도 지역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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