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 큰장 서는데…카드사 진출 '요원'
파이낸셜뉴스
2026.05.20 18:14
수정 : 2026.05.20 20:21기사원문
한은 구성하는 CBDC 기반 결제
카드사 개입할 단계 사실상 생략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은행 중심
디지털 화폐 결제 환경이 카드사에 불리한 쪽으로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체계에 힘을 싣고 있고, 제도의 뼈대가 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은행에 몰아주는 쪽으로 얼개를 잡고 있다. 카드사들이 수익을 낼만한 틈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구성하는 CBDC 기반의 결제 생태계에서 카드사가 끼어들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은행이 기관용 CBDC를 찍고, 은행이 이를 기초로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구조인 만큼 결제 영역에서도 카드사가 개입할 단계가 사실상 생략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예금토큰 가맹점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카드사에 의존하는 순간 기존 전통 지급·결제방식과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서울페이와 연계해 QR코드를 활용하는 대안 등이 있는데 이 때는 카드사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CBDC 중심의 결제시스템에서 신용카드는 결제 취소, 환불, 분쟁 해결 등이 필요한 분야에서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카드사 결제망 등이 활용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은행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업계에서도 소위 '한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장이 정체된 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카드사들이 출구전략으로 삼았으나 수익성 담보는커녕 사업 참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들어갈 이른바 '51%룰'(은행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는 컨소시엄에 발행 허용)이 제약이 된다.
결국 수익은 발행에서 나오는데 그 주도권을 은행권에 부여하겠다는 것이므로 카드사 역할은 핵심 인프라 구성이 아니라 주변 서비스 사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컨소시엄이 법인 형태로 설립되면 그로부터 배당은 나오겠지만 주요 수익원이 될 규모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직접 발행사가 된다 해도 '돈이 될 만 한' 것은 단기 국채 같은 준비자산 운용 수익 정도다. 이 또한 법적 기준이 정비되지 않아 가능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카드사들의 누적된 결제데이터를 활용한 신규사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예금토큰은 국내 소비자가 대상이므로 신용카드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국경간 결제에 있어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 금융당국도 디지털자산 관련 신사업이 가능하도록 카드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법이 정해져야 금융도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결정할 수 있다"며 "당장에 공개된 정보로는 카드사들이 갈피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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