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에 AI 무인로봇 얹어 판다"…현대로템, 전차 명가 넘어 '무인전투 플랫폼 기업'으로

파이낸셜뉴스       2026.05.21 18:20   수정 : 2026.05.21 19:46기사원문
조형준 현대로템 DS본부장 "AI 접목 유무인복합체계, 최대한 빨리 내놓겠다"
K2, 다층 대드론 방호 성능개량…유로사토리서 무인포탑 통합 솔루션 공개
AI R&D 투자 5년 간 대폭 증액…"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독자 생태계 완성"





[파이낸셜뉴스] 65억달러(약 9조5700억원) 규모 K2 전차 폴란드 현지 생산 계약으로 글로벌 방산 수출의 새 장을 연 현대로템이 이번에는 인공지능(AI)과 무인화 기술을 무기로 사업 구조 자체를 뒤바꾼다. '전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AI 기반 무인전투 솔루션을 설계하는 회사'로의 전환 선언이다. 미국 방산 기술 기업 안두릴(Anduril)과 AI 기반 유·무인복합(MUM-T) 지휘통제체계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내놓은 구체적 행보다.

현대로템, 단차→군집제어로 패러다임 전환
조형준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DS) 부문 본부장(전무)은 21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AI를 최대한 접목해서 빨리 내놓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1월 DS사업본부장으로 부임(CTO, 최고기술책임자 겸)한 그는 디펜스솔루션연구소장 시절부터 자율주행·유무인복합·AI 등 '6대 핵심기술'을 진두지휘해 왔다. 승진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종합 로드맵이다.

이번 로드맵의 핵심은 '1인 1대 조종'에서 'N대M 통합제어'로의 전환이다. 조 전무는 "인구가 감소하고 병력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로봇 한 대를 사람 한 명이 조종하는 것은 군의 니즈에 맞지 않는다"며 "한 사람이 다수의 무인체계를 통제하는 것이 군이 원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라고 강조했다. 전차 승무원 여러 명이 동종·이종의 무인차량과 다족로봇을 동시에 지휘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안두릴과의 협력이 결정됐다. 무인차량과 다족로봇을 안두릴의 래티스(Lattice) OS와 연동해 통합 제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조 전무는 "유무인 복합체계의 개념은 유인과 무인의 협동 작전으로 많은 방산 업체들이 다가올 전장환경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동안 단차(單車) 단위의 원격 조종과 자율주행에서 일정 성과를 낸 만큼 무인체계 분야 솔루션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이 구상하는 AI 적용의 출발점은 기동무기체계다. 그는 이를 "달리고, 쏘고, 막는 것"으로 압축하며, "그 시작은 지능형 기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로점(Waypoint)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나아가 시가지·야지·험지 등 복합지형 환경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을, 최종적으로는 군집주행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능형 기동'의 핵심은 차량의 주변 환경 인식이다. 그는 "사람은 배웠으니 알지만, 차량은 AI를 활용한 상황인식이 필수"라며 "몇 년 전부터 AI 컴퓨터를 도입해 자체적으로 학습시켜 왔다. 다족로봇도 보행 지역에서 학습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조 전무는 "GPU를 계속 늘리고 있다. AI 학습 인프라를 확충하며 다양한 주변 환경을 학습시키고 있다"며 "데이터를 모아 러닝을 수행하고 최적화하는 중이다. 약 3년 간의 성과물이 다목적 무인차량의 자율주행"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앞으로 5년 간 AI 관련 R&D(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린다. AI 기반 환경인식 기술 고도화, 지능형 전장 상황인식 핵심기술 개발, 다족보행로봇 강건화 기술 개발 등 11건의 R&D 프로젝트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용 AI 학습 인프라 구축이 병행된다. AI 개발 인력 추가 채용은 물론 내부 육성 프로그램 확대와 산학협력 강화, AI 기술기업과의 협력도 동시에 추진한다.



보행로봇 내년 실전배치…"하나의 플랫폼으로 정찰부터 교전까지"
무인체계 전략에서 가장 빠르게 성과가 가시화되는 분야는 다족보행로봇이다. 신속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지난해 1월 군에 납품된 이 로봇은 시범운용에서 활용성을 인정받아 긴급소요 구매사업이 결정됐다. 2027년부터 실전배치가 이뤄진다. 다목적무인차량 'HR-셰르파'는 현재 국방부 주관 구매사업이 진행 중이다. 6륜 전기구동 방식의 4세대 HR-셰르파는 시속 60㎞ 이상으로 주행하며 자율주행·원격조종 무장 운용이 가능하다.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확보도 핵심 과제다. 그는 "로봇에 섬광탄, 최루탄, 권총, 카메라, 레이더 등을 탑재하는데, 장치와 플랫폼 간 통신규약이 맞지 않으면 일일이 수정해야 한다"며 "기계적 플랫폼은 밀리미터 단위인데 나사가 인치 단위이면 맞지 않는 것과 같다. 공통 인터페이스를 위해 정부에서 K-MOSA(모듈러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K-MOSA는 미 국방부의 MOSA를 한국 방산 환경에 맞게 재해석한 개방형 설계 표준으로, 무기체계 간 상호운용성과 신속한 기술 갱신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정찰, 화생방 환경 임무수행, 물자수송, 소총급 교전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소화한다"며 "국방 분야 기술을 민수 분야로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 전쟁의 교훈…다층 대드론 방호 적용 추진
수백 달러짜리 FPV(1인칭 시점) 드론이 수십억원대 전차를 무력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의 현실은 전차 제조사에 절박한 과제를 안겼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2024년 1마일당 하루 평균 7대였던 FPV 투입량이 2025년에는 20대 이상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300만달러 전차가 500달러 드론에 격파되는' 비대칭 위협이 일상화됐다.

그는 "K2 전차도 성능 개량을 통해 대드론 시스템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고, APS(능동방호체계)로도 방어가 가능하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모든 드론을 막을 수 없다. 높은 수준의 대드론 방어를 위해 다층 방어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층 방어의 구조를 조 전무는 게임에 빗대 설명했다. 1차로 전파교란으로 드론을 무력화하고, 2차로 직충돌 드론이 적 드론을 격추한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자폭 유닛 '스컬지' 개념이다. 3차로 ABM(공중폭발탄)이 드론을 요격하고, 최후 방어 수단으로 APS가 근접 드론을 차단한다.

그는 "차량 한 대가 모든 드론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대드론 전용 차량이 전차·장갑차와 함께 운용되는 개념이 필요하다"며 "전차가 소대 단위로 3~4대 다니는데, 드론 전용 차량이 동행하면 전차는 본래 목적대로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15~19일 유로사토리 2026(프랑스 파리)에서는 무인포탑형 대드론 솔루션을 공개할 예정이다. 세계최대 지상무기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이 솔루션은 다층방호 개념을 적용해 위협체 탐지를 위한 레이더감시장비, 정찰/요격드론, 재머, 무인포탑, APS가 통합되는 솔루션으로 현재 신속 개발중이다.

현대로템 로드맵의 정점에는 유무인복합전차가 놓여 있다. K2 전차의 후속 모델인 이 차세대 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진흥연구소(KRIT)와 핵심기술을 단계적으로 개발 중이다. 2035년경 전력화가 예상된다. 작전개념(CONOPS)은 이중 구조다. 전차 탑재 무인드론을 유인전차에서 운용하는 '단일체계 유무인 복합운용'과, 다목적무인차량·다족보행로봇·무인전차 등 복수의 무인전투체계를 N:M 개념으로 동시 통제하는 'MUM-T 운용'이다. 여기에 '옵셔널 언매닝(Optional Unmanning)' 개념이 더해진다. 기본은 유인 탑승이되, 극도의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선택적으로 무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AI가 적용된 유무인복합전차를 앞당기겠다"면서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개발 방향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를 주변 상황을 보면서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자율주행 분야의 성과를 무인체계 수출의 지렛대로 활용한다.
K2를 도입한 폴란드를 비롯해 예비 전차 구매국들에 'K2와 가장 호환이 잘 되는 무인로봇'을 패키지로 제안하는 전략이다. 지난달 27일 폴란드 PGZ 산하 부마르-라뱅디 공장과 K2PL 현지 생산 및 정비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기반을 확보한 만큼, 무인체계 결합 제안은 한층 설득력을 갖게 됐다.

조 전무는 "동일 제조사의 전차와 무인체계를 복합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해 신규 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구체적 시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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