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은 됐고, 우상향 흉내라도 내라"…FOMO조차 사치라는 네카오 개미들

파이낸셜뉴스       2026.05.22 06:00   수정 : 2026.05.22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한정훈씨(41·가명)는 요즘 주식 계좌를 들여다 볼 때마다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주도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폭등 랠리를 펼치는 '불장'의 계절이다. 삼성전자 총파업 이슈도 20일 노사 극적 타결로 사실상 해소되면서 반도체 주주들은 다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씨도 소박하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0주, 4주씩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씨의 계좌 전체에 기록된 수익률은 '삼전닉스' 주주답지 못하다. 계좌를 채운 대부분의 종목이 네이버와 카카오이기 때문이다. 5년 전 '네카오'를 산 뒤 탈출하지 못하고 계속 묵히고만 있다는 한씨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데 이렇게 안 오르니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조차 안 온다"며 "반도체처럼 수십 퍼센트씩 날아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시장 분위기 맞춰 완만하게 우상향하는 흉내라도 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코스피 8000인데 우리는…" FOMO조차 오지 않는 소외감


2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77.42포인트(3.85%) 오른 7486.37로 개장해 7800선을 재돌파했다. 지난 15일 장중 '팔천피' 돌파 이후 급락하며 큰 변동성을 보인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한 셈이다.

코스피가 회복세를 타고 급등하기 시작한 건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인 임금협상 잠정합의 도출로 파면 위기를 모면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뉴욕증시가 미국 반도체주 중심으로 상승 마감하고 미 국채금리와 국제유가가 다소 진정되면서 호재가 겹쳤다는 평이다.

며칠간 파란불이 들어온 채 쭉쭉 떨어지던 주가들이 단숨에 상승세를 타고 회복에 나서자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한씨처럼 '네카오'를 들고 있는 주주들에겐 환희보다 무기력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3조2411억원)을 기록하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네이버 주가는 여전히 20만원대를 횡보 중이고 카카오 역시 4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카카오의 경우,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씨는 "이제 어디까지 가나 한 번 지켜보자는 심정"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본전 생각에…" 매몰비용 오류가 만든 '자발적 고립'


수년간 '물타기'에 들인 돈과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의 무게는 이들을 매몰비용 오류의 늪에 빠뜨리기 쉽다. 머리로는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 다른 우상향 종목으로 갈아타는 것이 현명하다'는 걸 알지만, 장기 주주들 중에는 이미 오랜 소외로 인해 심리적 에너지가 고갈된 경우가 많다.

다른 종목으로 이동해 새로운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그냥 주식 앱을 지우고 현실을 외면하는 '타조'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실제로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의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사측을 향한 분노나 주가 예측 글 대신 "오늘도 평화로운 네카오방", "죽기 전엔 오르지 않겠냐" 같은 반응들이 이어진다.

포기하긴 이르다, '네카오' 반등 예고한 증권가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네카오'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20일 보고서에서 2026년 하반기를 네이버와 카카오의 중요 분기점으로 꼽으며 양사가 모두 인공지능(AI) 수익화와 디지털 자산 관련 신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두 기업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35만원, 카카오는 7만5000원을 제시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광고·커머스의 안정적인 성장에 기반하여 실적은 편안하지만 내수 광고·커머스 중심 사업만으로는 현재 디레이팅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6년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13조82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조3942억원으로 8.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카카오의 경우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8조3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8995억원으로 16.7%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의 개선이 뚜렷하게 확인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본업보다는 자회사 수익성 개선이 주요하다"며 "본업의 이익 기여가 전체 영업이익을 이끌어 가는 시점까지는 AI 에이전트를 통한 트래픽 확보가 주가의 열쇠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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