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와 교섭의무 X, 구 노조법상 계약 있어야"
파이낸셜뉴스
2026.05.21 15:13
수정 : 2026.05.21 15: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HD현대중공업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원청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사용자의 범위를 넓혔지만, 과거 법령이 적용되는 이번 사건에서는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단체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정된 노동조합법에서는 교섭 의무를 지닌 사용자를 하청 업체의 근로조건 등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 회사까지 확대해 적용할 수 있지만 구 노동조합법 상에서는 원청 회사는 하청 근로자에 대한 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5년 9월 개정된 개정노동조합법에서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구체적 지배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며 "다만 신설 조항에 관해 경과 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이번 사건에는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2017년에 제기되어 8년 가까이 진행됐다. 대법원은 과거 노조법 체계에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위해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개정된 노동조합법 역시 과거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 원칙 등은 두지 않으므로 이번 사건에서는 과거 노조법을 적용한 원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대법관 8인의 다수 의견으로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원청만 하청 노조와 단체 협약 의무가 있다는 법리가 확정됐다. 반면 4인의 대법관(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은 반대의견을 밝혔다.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단체 교섭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경미 대법관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가운데 단체 교섭권은 중핵이 되는 권리인데 구 노동조합법상에서 사용자의 정의가 통일적으로 사용되야 한다"며 "대법원은 노동환경 변화에 따라 근로자와 노동3권을 보호하는 방향의 판결을 해왔고, 계약이 있어야만 단체교섭 사용자라는 종전 판례는 변경 되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 대법원은 2010년 3월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 근로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조 지배·개입행위를 했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과거에는 부당한 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원청은 사용자가 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명시적·묵시적 계약이 없으면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맡은 원심 역시 과거 판례 등에서도 '부당노동행위 주체'와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는 다르다고 봤다.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는 "법률의 적용은 시간적 효력이 있는데 개정된 노란봉투법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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