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 혼자 해결하려다 일 커져… 경찰 믿고 신고부터 하세요"

파이낸셜뉴스       2026.05.21 18:23   수정 : 2026.05.21 18:23기사원문
마포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이성훈 경사
계좌 따라가면 조직 통째로 잡혀
우리 가족도 사기 당한 적 있어
자책하지 않도록 함께 이겨내야

"지능팀 수사는 감춰진 사람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서울 마포경찰서 수사2과 지능범죄수사팀(지능팀) 이성훈 경사(사진)는 지능범죄 수사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강력사건은 행위가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지능범죄는 차명계좌와 대포통장, 대포폰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며 "돈과 흔적을 따라가며 범죄의 실체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2015년 경찰에 입직한 이 경사는 홍익지구대, 여성청소년수사팀, 연남파출소를 거쳐 2024년 2월 마포서 지능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능팀은 집회·시위 사건, 공무원·정치인 사건, 전세사기, 불법사금융, 투자사기, 보험사기 등을 맡는다. 이 경사는 지능팀을 "경찰 수사 능력의 꽃을 피우는 팀"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최근 자주 마주하는 사건은 불법사금융이다. 피해자가 온라인 메신저로 대출을 받았거나 10만원을 빌린 뒤 50만원·100만원을 갚았다고 말하면 불법사금융 가능성을 의심한다고 했다. 투자사기에서는 "원금을 보장해주겠다", "수익금을 인출하려면 수수료를 먼저 내야 한다"는 말이 전형적인 신호로 꼽힌다.

피해자 조사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피해자의 자책이다. 이 경사는 "피해자분들이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그 순간에는 속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려 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왜 그렇게 하셨느냐'는 말은 가장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줬다. 이 경사는 가족이 사기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며 "돈도 큰 문제지만, 피해자가 자책하다가 안 좋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함께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범죄 수법은 더 은밀해지는 추세다. 과거 불법사금융 업자들은 대포폰 번호라도 남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텔레그램·위챗 등 해외 메신저로 연락하며 흔적을 지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사는 "대화 내용이 삭제되거나 캡처가 막히는 기능도 있어 거래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능범죄 수사의 핵심 단서는 계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들은 피해금을 여러 계좌로 옮기거나 가상자산으로 바꾸며 흔적을 지운다. 이 경사는 "범죄자들은 하루에도 7~8번씩 돈을 세탁하지만, 계좌 하나를 확인하려면 1~2주가 걸린다"며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범죄자들이 실수로 남긴 실제 IP나 접속 흔적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계좌 추적에서 시작됐다. 이 경사가 지능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계좌 접속 IP를 확인하다 강남의 한 장소를 찾아간 일이 있었다. 현장에서 다른 계좌 출금자 사진과 같은 인물을 발견했고, 잠복과 미행 끝에 투자리딩 사기에 대포통장을 공급하는 이른바 '장집' 사무실을 확인했다. 그는 "처음에는 IP 하나를 보고 갔는데 파고들수록 큰 구조가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경사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원금을 보장한다'는 말에 유혹되기 쉽다"며 "결정하기 전에 가족이나 지인과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담보 대출', '1분 송금 가능'이라는 말과 함께 가족 연락처, 휴대전화 복제, 신분증과 차용증을 들고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면 정상적인 업체가 아니라고 했다.

이 경사는 "혼자 안고 가다가 피해가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을 믿고 신고해야 그 이상의 피해를 막고 범인도 검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서가 부족해 끝까지 잡지 못하는 사건도 있어 안타깝지만, 지능팀 수사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피해자분들이 감사하다고 찾아오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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