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봉법 혼란 속 "현대重, 하청노조 교섭의무 없다"
파이낸셜뉴스
2026.05.21 18:24
수정 : 2026.05.21 18:24기사원문
심리 7년 만에 노조 측 상고 기각
"구 노동조합법 적용… 소급 불가"
원청까지 넓힌 사용자성 불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이같이 확정했다.
대법원은 "2025년 9월 개정된 개정 노동조합법에서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면서도 "다만 신설 조항에 관해 경과 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이번 사건에는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있더라도, 구 노동조합법 체제 아래서는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쟁점은 HD현대중공업이 하청노조에 대해 노조 활동, 산업안전, 고용 보장 등에 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다.
과거 대법원은 2010년 3월 원청이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 근로조건 등에 관해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조 지배·개입행위를 했다면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1·2심은 HD현대중공업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례에 따르더라도 '부당노동행위 주체'와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는 다르므로, 원청업체가 사실적 지배·개입행위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해서 단체교섭과 관련한 사용자성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2심은 대신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하청 근로자들과 원청 사이에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로 평가할 정도의 사용종속 관계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HD현대중공업과 하청노조 사이에는 이런 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2018년 12월 사건을 접수해 7년 넘게 심리를 이어온 대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은 과거 노조법 체계에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위해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개정된 노동조합법 역시 과거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 원칙 등은 두지 않으므로 이번 사건에서는 과거 노조법을 적용한 원심 판단이 맞다고 인정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인) 구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기존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면서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수급근로자의 노조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며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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